"노벨상, 미친 짓 해야 타는데 대기업선 힘들다"

이소아 입력 2014. 10. 22. 00:10 수정 2014. 10. 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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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노벨물리학상 받은 나카무라 슈지 인터뷰한국·일본의 똑똑한 학생들삼성·소니 같은 대기업만 가큰 회사엔 윗사람 너무 많아아이디어 살아남을 수 없어

"미국은 똑똑한 학생일수록 작은 회사에 가거나 창업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똑똑한 학생이 삼성이나 소니 같은 대기업에만 가려 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노벨상은 작은 기업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크고 안정된 것' 대신 '작지만 강한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노벨상은 누군가 '미친 짓(crazy thing)'을 해야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큰 기업에는 너무 많은 상사가 있기 때문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대기업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란 정말 정말 어렵다(very very difficult)"고 단언했다.

 나카무라 교수가 21일 발광다이오드(LED) 기업인 서울반도체에서 노벨상 수상기념 특강을 했다. LED 상용화에 기여한 공으로 노벨상을 받은 그는 이 회사의 기술 고문이다.

특강 후 기자를 만난 그는 60세의 나이에도 등에 지는 가방(백팩)을 메고 있었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일본은 사랑하지만 일본식 시스템엔 실망했다"며 미국 국적을 취득했던 파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삼성이 무조건 최고였는데 지금은 실적이 꺾이고 위기감이 돌고 있다"며 "한국에도 작고 강한 새로운 회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왜 문제인가.

 "연구자들이 샐러리맨처럼 된다. 연구에 대한 자유도 없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가 없다. 일본만 해도 19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대학을 빼면 모두가 작은 기업 출신이다."

 -당신도 작은 회사 출신이다. (※그는 일본의 중소 화학업체 니치아에 다녔다.)

 "물론이다. 거기서 모두가 셀렌화아연으로 청색 LED를 만들려고 했는데 나 혼자 질화갈륨을 썼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래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회사가 작은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창업자에게 바로 바로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었고 내 연구에 간섭을 안 했다. 대기업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이나 LG에서 노벨상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인가.

 "거의 어렵다고 본다. 한국 전체로 보면 10년 정도면 나오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나.

 "왜 엔지니어는 가난해야 하나. 지분을 준다든지 확실한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 발명특허도 개발자에게 줘야 한다."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일본은 노벨 수상자가 왜 많은가.

 "일본은 산업과 엔지니어 역사가 매우 길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 일본 과학 발전의 출발점이 됐다. 또 대기업 외에도 작고 강한 기업이 많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현대차·LG 등 5개 정도의 기업이 갖는 영향력이 일본에 비해 너무 강하다는 거다. 그 기업이 업계를 컨트롤하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어 미국 이야기를 했다. "미국은 똑똑한 애들일수록 자신만의 꿈을 이루고 싶고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을 선택하고, 창업을 한다"는 얘기다. 그는 "노 리스크, 노 리턴(위험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이고 미국에서도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미국처럼 창업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바로 이어졌다.

그는 "페이스북·알리바바 같은 성공 스토리가 많아야 한다"고 받았다. 그는 "한국도 안랩 같은 회사가 있지 않나. 일본도 점점 벤처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전문 분야인 LED 시장을 밝게 내다봤다. 그는 "한국 시장은 전망이 아주 밝다. LED TV만 봐도 아주 시장이 크다"며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 이후 전력이 부족해 조명의 50%를 LED로 바꿨는데 한국도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LED 조명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UC샌타바버라)대 교수. 일본 나고야대 교수 2명과 함께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푸른색 발광다이오드(LED)의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같은 에너지를 쓸 때 LED등은 백열등의 18배 이상의 빛을 낸다. 일본 지방대(도쿠시마대) 출신인 그는 니치아 화학에서 근무하며 푸른색 LED를 개발해 회사에 엄청난 이득을 안겼다. 그러나 회사가 2만 엔(약 20만원)의 포상금만 주자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소송을 통해 거액의 보너스를 받아냈다. 현재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이중국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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