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KIA 안치홍의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서지영 2014. 10.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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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서지영]

"큰 사랑과 배려를 받고 갑니다. 2년 뒤, 더 강해진 (안)치홍이로 돌아올게요."

안치홍(24·KIA)이 특유의 순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까지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웠어요"란 깍듯한 인사를 잊지 않았다. 건실하게 야구 했던 청년을 잠시 떠나보내는 KIA 팬과 구단은 한동안 허전한 마음을 달래느라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지난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는 KIA의 시즌 최종전이 열렸다. 이번 겨울 군(경찰야구단)에 입대하는 안치홍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훈련을 막 마친 오후 5시께, 홈팀 선수들이 저녁을 먹을 때 안치홍은 혼자 부산하게 복도를 오갔다. 라커룸 앞에는 크고 작은 봉투들이 쌓여 있었고, 커다란 이동식 가방도 보였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짐을 빼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쓰니까요. 생각보다 짐이 많네요." 2009년 KIA맨이 된 그는 집보다 야구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무등구장에서 챔피언스필드로 이사 오며 상당 부분을 덜어냈지만 여전히 처리해야 할 살림살이가 많아 보였다. 안치홍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팬들이 찾아와 그동안 찍었던 사진과 편지, 먹을거리를 두고 가면서 챙겨야 할 꾸러미가 늘었다.

제자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안쓰러웠을까. 짐가방을 짊어진 안치홍을 지켜보던 한대화(54) KIA 수석코치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우리 치홍이 보내는 거 끝까지 말렸어. 이렇게 착한 치홍이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야구를 하지." 동고동락한 구단 프런트의 표정도 아쉽긴 매한가지였다. "안치홍은 어렵게 부탁했을 때 선뜻 받아주던 선수였어요. 어려움도 알아주고요. 직원으로서 참 고마운 선수였어요."

안치홍은 이번 시즌 개인 최고의 해를 보냈다. 총 126경기에 나서 타율 0.339, 147안타 18홈런 19도루 88타점을 올렸다. 홈런 2개와 도루 1개만 추가하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에 총 38번, 2루수로는 3번뿐인 값진 기록이다. '타이거즈'에서는 2003년 이종범을 끝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 타석, 한 경기가 아쉬운 상황이었지만 안치홍은 17일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래도 그는 또 고맙다고 했다. "원래 군 입대가 결정되면 시즌 후반 경기는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후배나 다른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서에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 경기에 나서 왔잖아요. 발바닥도 그렇고 몸 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고요. 기록을 달성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괜찮아요. 배려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해요."

돌이켜보면 지난 2년 만큼 힘겨웠던 시간이 또 없었다. 안치홍은 2009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에 입단해 주전 2루수가 됐다. 데뷔 첫해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과 최연소 MVP, 그리고 2011년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249, 103안타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를 찍고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했다. "군 혜택 받으려고 야구 하는 건 아니니까요"라던 그는 경찰야구단 입대를 결심했다. 안치홍은 "군대를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어요. 시원섭섭해요"라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덜어낸 사람의 얼굴에는 개운한 표정이 깃들게 마련이다. 큰 짐가방을 끌고 구장을 나서는 그에게 "올해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못한 것도 많고 기록 달성도 못했어요. 팀도 가을야구에 떨어졌고요. 그래도 나 자신에게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만점은 아니어도…. 그래도 상위권 점수는 주고 싶어요."

광주=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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