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남이 찍어준 듯 인기 절정 셀카봉.. 가리고 막고 공공장소선 '민폐봉'
[친절한 쿡기자] 지난주 본의 아니게 세 번이나 '봉'을 잡았습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진귀한 봉황 같은 행운이 아니라 제 눈을 가리고 발을 멈추게 하는 '셀카봉'이었습니다.
처음 봉을 본 곳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상당히 좁은 인도였는데 한 관광객이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으려는 바람에 행인들이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사진 한 장 찍으려는 관광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셀카봉이 어떻게 쓰이는지 구경도 할 수 있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영화관을 찾았는데 스크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상영 직전 셀카봉을 꺼낸 관객이 있었습니다. 바로 뒤에 앉은 관계로 마주 보는 시선도 부담스럽고 시야도 가려 정중히 항의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셀카 삼매경에 빠진 관객 한 명 때문에 상당수 관객들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는 야외 페스티벌 공연장이었습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출현해 관객이 4만명 넘게 모였는데 셀카봉은 '공해'였습니다. 잔디밭에서 공연을 보려면 어김없이 셀카봉이 시야를 가렸고, 사진을 찍느라 왁자지껄 떠드는 바람에 가수의 노랫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셀카봉을 피해 스탠딩존으로 나가면 좀 괜찮을까 했더니 아예 그곳에선 무대를 녹화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 관객의 셀카봉을 잡고 항의를 해야 했습니다. 화장실까지 들고 다니는 무개념 셀카봉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올해 최고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셀카봉은 과거에도 '모노포드'란 이름의 비슷한 장비가 있었습니다. 삼각대 다리를 하나로 줄여 기동성을 높인 것이죠. 갈수록 좋아지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에 SNS 시대에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만났습니다. 여기에 tvN '꽃보다 청춘'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타고 유행처럼 번져 셀카봉 열풍을 만들었습니다.
셀카봉의 핵심은 남이 찍어준 것 같은 분위기 연출에 있습니다. 1m 가까이 봉을 늘리면 당연히 주변 반경에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돼야 합니다. 초점과 타이머를 설정하고 만족스러운 앵글을 찾으려면 시간도 좀 걸립니다. 개인적인 공간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공공장소에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조금 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사진 한 장 찍어주시겠어요?"라고 부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셀카봉 조작 미숙으로 툭하면 고가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는 일을 막을 수도 있고요.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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