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란 개념은 우리 뇌에서 만든 창조물"

조성은 기자 2014. 10. 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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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GPS' 찾아내 2014년 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존 오키프 교수 방한

"영국에서는 노벨상 수상만을 겨냥한 연구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과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동시에 신진연구자들의 창의성을 꺾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존 오키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20일 서울대에서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오키프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영국왕립학회가 공동 주관한 'IBS-영국왕립학회 리서치 콘퍼런스'에 참석차 이날 서울대를 찾았다.

오키프 교수는 1971년 '뇌 안의 GPS'라 불리는 '장소세포(Place Cell)'의 존재를 처음 규명했다. 장소세포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속의 신경세포 중 하나로, 공간을 찾고 기억하는 역할을 맡는다.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그의 연구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앓는 '공간 기억 상실'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점을 평가했다.

오키프 교수는 "처음에는 해마를 다친 환자 중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연구를 시작했다"며 "연구가 진행되면서 특정 세포가 장소와 관련된 기억을 담당해 하나의 지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선구적인 연구는 장소세포에 이어 '방향세포'와 '거리세포'를 발견하는 실마리가 됐다.

그의 연구는 공간 개념에 대한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다. 공간은 우리 밖에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창조물이다. 오키프 교수는 "지금 이 책상에 종이컵이 보이는데, 이건 바깥 공간의 정보를 뇌가 종합한 결과가 아니다"며 "공간 개념은 장소세포를 통해 어느 정도 뇌 속에 갖춰져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뼈대로 삼아 정보를 수집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이 경험 이전에 구성된다는 18세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논변과 맥이 닿는다.

오키프 교수는 자신의 성과가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뇌가 기억, 인지, 사고를 어떻게 해내는지 관심을 가졌지만 당시 장비에 한계가 있었다"며 "1960년대 초 소형 트랜지스터가 개발돼 실험쥐의 뇌에 미세전극을 삽입할 수 있게 되면서 동물 신경세포 측정이 가능해졌다. 동료 연구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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