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소비 .. 강남 신차 80%가 수입차, 해외 직구도 1조

김영훈 2014. 10. 21.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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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품을 해외쇼핑몰서 사기도해외 유학비용, 들어온 돈의 28배"내수 시장 규모 일본의 8분의 1소비축소 따른 불황 타격 더 클 것"

중국인 관광객(遊客·요우커)이 몰리는 서울 동대문의 대형 쇼핑몰 상인들은 요즘 한숨이 깊어졌다. 10월 초 중국 국경절(1~7일) 동안에 요우커가 밀려들면서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던 매출이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우커가 빠져나간 소비를 내국인이 메워줘야 하지만 얼어붙었던 내국인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 입점 상인은 "매출이 요우커 특수로 반짝했는데 최근 매출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국내 손님은 발길도 뜸하고 와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그나마 국내 소비자가 몰리는 곳은 외국계 회사가 유통망까지 장악한 수입품과 해외 명품시장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목돈이 들어가는 자동차 구매에서도 수입차 점유율이 15%(9월)까지 치솟았다. 소비 중심지인 서울 강남에선 신차 등록의 80%가량이 수입차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2조원이 넘는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젊은 소비자에게는 애국심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을 외면하는 소비자지만 해외 소비와 수입산 선호 현상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일자리에 이어 돈도 빠져나가는 '소비 공동화'가 확산되고 있다. 불길한 조짐은 이미 본격화했다. 해외 직구가 대표적이다. 해외 직구는 지난해 1116만 건, 1조1029억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이 인터넷으로 한국 상품을 사는 역직구는 지난해 260억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국 상표가 붙은 TV와 휴대전화를 해외 쇼핑몰에서 사서 배송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외 여행도 일회성을 넘어 정기화하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업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백모(29)씨는 5월에 이어 10월 초 필리핀 세부로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다녀왔다. 4박5일에 약 70만원이 들었다. 말레이시아 저비용 항공인 에어아시아가 판매한 특가항공권(23만원)을 활용했고, 고급 다이버 자격증 취득비(35만원)를 썼다. 그는 "제주도에서 이 정도로 다이빙을 하려면 100만원은 들었을 것"이라며 "국내 자격증 취득 코스는 40만~50만원을 하는 데다 다이빙을 마치 사치처럼 보는 시선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교육·연수 등 교육 서비스 분야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공동화가 진행됐다. 학생 수 감소로 일부 지방대학은 중국인 유학생 유치로 연명한다지만 지난해 유학·연수로 국내에 유입된 돈은 1억3640만 달러였다. 반면 해외로 나간 규모는 39억 달러에 이른다. 차이가 28배가 넘는다.

 밖으로 나가서 생기는 소비 공동화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성장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빈자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석 달째 1%대다. 생산자 물가는 8월 0.2% 내렸다. 물가가 너무 높으면 돈을 풀어 조정할 수 있지만 너무 낮거나 뒷걸음질치면 사람의 마음(수요)을 움직여야 한다. 마땅한 해법이 별로 없는 긴 불황(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수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인구와 생산을 감안할 때 한국 내수 시장은 일본의 8분의 1 수준"이라며 "한국은 내수 시장 자체가 작아서 수요 감소에 따른 불황의 타격이 일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영훈·이상재·김현예·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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