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서 하루만 늦게 왔더라면.." 빗속의 오열

박소영 2014. 10. 2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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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들 잇달아 영결식

자동차 부품업체 다니던 30대 출장 다녀와 잠깐 공연 보러가 변

사고 당시 사원증 목에 건 채로 발견, 유가족·동료들 하염없이 눈물만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발생 나흘째인 20일 성남시 분당구청 내 사고대책본부 장례지원반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20일 오전 7시 성남 영생관리소. 사흘 전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희생된 방모(34)씨 가족들은 황망함에 할 말을 잊은 듯 눈물만 쏟아냈다. 화장에 앞서 방씨의 부모와 가족, 동료 30여명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식부터 줄곧 영정사진을 들고 이곳 화장장까지 앞장섰던 방씨의 매제 장모(33)씨는 "일주일 전 태어난 우리 아들 보러 온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이게 뭡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판교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방씨는 사고 당시 사원증을 목에 건 채로 발견됐다. 미혼인 고인은 사고가 난 금요일 출장에서 돌아와 회사 바로 앞 야외 광장에서 열린 공연을 잠시 보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매제 장씨는 "출장에서 하루만 늦게 왔더라면 이렇게 참담한 일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며 "고인은 수년간 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의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성남 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는 1시간 간격으로 장모(39ㆍ여)씨와 김모(27ㆍ여)씨의 발인 절차가 진행됐다. 오전 10시 장씨의 관이 운구차로 옮겨지자 장씨의 어머니는 "우리 애기 불쌍해서 어쩌나"라며 통곡했다. 이를 지켜보던 유족과 지인 10여명이 흐느끼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어진 김씨의 발인에서 유족과 지인 20여명은 손에 촛불을 하나씩 들고 고인을 추모하는 기도를 올렸다. 유족들은 관이 운구차에 실리기 전까지 간신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김씨의 동생은 어머니의 어깨를 감쌌고, 김씨가 다니던 판교의 어학 회사 동료들은 굳은 얼굴로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그러나 하얀 꽃다발이 올려진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과 동료들은 다시 한번 통곡했다. 몇몇 사람은 힘을 잃은 듯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전날 발인을 마친 홍모(29)씨에 이어 이날 하루만도 이들 외에 김모(28) 윤모(35) 최모(42)씨 등 총 6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나머지 희생자 9명에 대한 장례 절차는 이날 사고대책본부와 유가족 협의회가 보상 등에 합의함에 따라 21일 모두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21일 발인하는 희생자들의 시신은 분당서울대병원 성남중앙병원 분당제생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안치돼 있다.

한편 이날 고인을 떠나 보낸 유족 일부는 '공연 중 환풍구에 서 있으면 위험하다는 방송을 했다'는 주최측의 해명에 불만을 표시했다. 방씨의 매제 장씨는 "방송을 했다고 해도 잠깐 들러서 공연을 봤던 형님이 방송을 어떻게 들었겠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유족은 "방송 내용이 제대로 경고하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며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세우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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