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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도대체 왜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까?"

조회수 2014. 10. 20. 15: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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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도대체 왜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까? 예전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이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회를 준다면 분명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실전 투입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까? 그러고도 그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겁니까?"

"이게 밖과 안에서 보는 시선 차이의 가장 일반적 예입니다. 기회를 안 줬다고요? 실전에 투입하지 않은 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겁니까? 그러면 훈련은 왜 합니까? 무수한 훈련을 통해 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훈련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에게 실전이라니요. 기회도 자격이 있는 선수가 갖는 겁니다."

위 이야기는 몇 년 전 한 K리그 감독과 나눈 대화다. 특정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실전에 투입해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실전에 투입해야 그 선수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그 감독은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훈련을 통해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면서 실전에 나가는 것은 그 훈련을 통해 기회를 잡는 이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 감독이 이야기 말미에 했던 "기회도 자격이 있는 선수가 갖는 겁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더는 따져 묻지 못했다. 감독은 훈련을 통해 매일매일 수많은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실전은 훈련을 통해 기회를 잡은 선수들의 몫, 그 판단은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경기가 아닌 매일 선수들을 지켜보는 감독이 하는 것이다. 그걸 간과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뛰고 있는 윤석영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데뷔전을 치렀다. 윤석영은 19일 밤(한국 시각)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리버풀전에서 선발 출장해 풀타임으로 확약했다. 올 시즌 첫 번째 출장이었던 그 경기에서 윤석영은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그간 분출하지 못했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깜짝'이라고 표현해도 좋은 윤석영의 선발 출전을 보며 글 서두에 언급한 K리그 감독과 나눈 얘기가 떠올랐다. 이전까지는 윤석영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 같아 해리 래드냅 QPR 감독을 원망했는데, 어쩌면 래드냅 감독도 그간 윤석영에게 숱한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만약 래드냅 감독이 윤석영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리버풀전 선발 출전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전력 외' 선수였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래드냅 감독은 비록 실전은 아니지만 윤석영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해 리버풀전에 투입한 것이다.

윤석영의 리버풀전 선발 출전을 보며 다른 유럽파들이 떠올랐다. 올 시즌 감독에게 인정받지 못해 경기 출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카디프 시티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보경과,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부푼 꿈을 안고 시즌을 시작한 지동원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김보경의 공식전 출장 기록은 '2'다. 리그 경기는 없다. 두 경기 모두 캐피탈 원 컵에서 뛴 기록이다. 이전까지는 팀을 지휘하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과 맞지 않아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과거 김보경도 솔샤르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과 자신이 갖고 있는 색깔이 잘 맞지 않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운 감독이 온 이후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카디프 시티는 최근 3부리그인 잉글랜드 리그1 레이튼 오리엔트를 지위하던 러셀 슬레이드 감독을 영입했다. 슬레이드 감독은 18일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챔피언십 13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는데 김보경은 또 외면당했다. 김보경은 이날 경기에서 출전은커녕 교체 출전 선수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는 김보경이 슬레이드 감독에게 특별한 뭔가를 보이지 못했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슬레이드 감독이 부임 후 치른 첫 번째 경기였기에 기존에 있던 코치들의 도움을 받아 출전 선수 명단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보경이 경기 전 실시한 훈련에서 도드라지지 않았기에 슬레이드 감독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만약 김보경이 슬레이드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최소한 교체 출전 선수 명단에는 들었어야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 중인 지동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아직 단 한 차례의 공식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활약하던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지동원은 장밋빛 미래가 예상됐다. 도르트문트를 지휘하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편법'에 가까운 방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지동원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르트문트에서 내재된 재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재능 폭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폭발은 고사하고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시즌 초 부상이 있긴 했으나 지금은 깨끗하게 회복했다. 더해 꾸준히 2군 경기에 출전하고 있음에도 1군 무대 데뷔전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클롭 감독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만약 지동원이 2군에서 압도적 기량을 보였다면 1군 무대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지동원은 클롭 감독이 직접 선택한 선수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 한 차례의 공식전에도 나서지 못한 원인은 기회를 주지 않는 클롭 감독이 아닌, 기회를 가질 자격을 보이지 못한 지동원에게 있는 것이다.

김보경과 지동원은 각자의 소속 팀 감독에게 "도대체 왜 기회를 주지 않는 겁니까"라고 묻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기회를 얻을 만한 자격을 갖췄는가"라고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 윤석영의 경우에서 확인됐듯 이미 감독은 훈련이나 2군 경기 등을 통해 수많은 기회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보경과 지동원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는 참에 가깝다.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정체돼 있는 지금에서 탈출해야 한다. 조금만 더 늦으면 도약의 구름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이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음을 감독에게 증명하는 일이다. 김보경이나 지동원보다 더 감독에게 외면당한 것 같았던 윤석영이 래드냅 감독을 납득시킨 것처럼 말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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