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오승환, 도대체 일본야구에 무슨 일 한 거야?

스페셜 2014. 10. 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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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지난 주말, 한신 타이거스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꺾고 일본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돌부처였다. 그는 클라이맥스 시리즈(CS) 6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돌부처에 수호신까지 겸임 발령을 받고 MVP에 선정됐다.

우리 팬들에게는 빅뉴스였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가 일본까지 접수했으니 당연히 큰 화제다. 한편에서는 최종전 8-2에서 등판시킨 걸 놓고 말이 많았다. '혹사다', '아니다'.

물론 논란과 논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걸로 본질이 희석돼서는 안된다. 본질이 뭐냐고? 그건 '크기'다. 그 이슈의 어마어마함이다. 그와 그의 팀이 한 게 일본 야구 역사상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 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과연 이번 클라이맥스 시리즈는 어떤 의미인가. 오늘 <...구라다>가 하려는 얘기다.

59명이 다리에서 뛰어내리다

오사카 미나미구에 있는 도돈보리 다리 근처. 토요일 밤이 깊을수록 모여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한신이 1회초 4점을 뽑았을 때부터 이미 집을 뛰쳐나온 젊은이들이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끓고 있었다.

9회말 마지막 공격. 요미우리의 4번 아베 신노스케가 돌직구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5번 무라타 슈이치는 2루수 플라이로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희생양이 됐다. 어느 틈에 3천명까지 늘어난 도돈보리의 인파는 일제히 세상이 떠나갈듯 환호했다. 그리고 하나 둘 씩 강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유명한 '도돈보리 다이빙'이었다. 59명이 몸을 던졌다. 상의를 벗어던진 20대 여성이 가장 큰 갈채를 받았다. 오사카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호르라기만 불 뿐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날이 밝자 한신의 본거지인 오사카를 비롯해 고베, 니시노미야 등 간사이 지역 일대는 다른 세상이 됐다. 백화점, 대형 상가, 동네 시장 할 것 없이 대대적인 축하 세일이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한신의 일본 챔피언 매직넘버 '7' 점등식을 거행했다. 유명 연예인들, 스포츠맨, 정치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팬들과 감동을 공유했다. SNS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눈시울 붉어진 66세 회장님

경기 후 와다 유타카 한신 감독은 축승 의식 중 하나인 도아게(헹가레)를 거부했다. 기자들이 궁금해하자 "그건 일본시리즈에서 이긴 뒤에나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 여러가지가 담긴 CS였다"라고 했다. 목소리는 마음 탓인지 떨리고 있었다.

지난 9월 6연패를 당하며 2위 자리도 위태로워지자 그의 경질 소문이 파다했다. 이미 구단 고위층이 후임자를 알아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됐다. 평소 고혈압으로 고생하던 그는 이후 극도의 스트레스 탓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CS 승리 이후 그는 구단 역사상 최고 명장 중 한 명이 됐다.

이날 도쿄 돔에는 한신 구단주 사카이 신야 회장도 있었다. 타이거스의 모기업 한신전철 회장인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오너로 유명하다. (전철) 회사일이 끝나면 늘 고시엔 구장에 와서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단을 챙긴다.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줄줄이 꿰고 있고, 오승환의 영입을 직접 지시한 것도 그였다. 여차하면 선수단을 직접 깨기도 하고, 감독이 못마땅하다며 기자들에게 경질설을 언급한 것도 그였다. 하지만 66세의 열혈 회장도 이날 승리 후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선수단을 찾아가 일일이 손을 잡고 "7년전 구단일을 하면서부터 언젠가 한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감회에 젖었다.

요미우리는 대숙청 임박

반대로 요미우리 쪽은 초상집이다. 역사상 이런 굴욕적인 패배는 없었다. 곧바로 대숙청 운운하는 기사들이 쏟아진다. <스포츠호치>는 요미우리 신문에서 발행하는 스포츠지다. (같은 계열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는 자이언츠 얘기는 거의 틀림없다. 그런 <스포츠호치>가 코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예고했다. 분석의 귀재라던 하시가미 히데키 타격코치와 투수 종합코치인 가와구치 가즈히사는 경질이 결정적이라고 보도했다. 하라 감독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수석급의 인책론도 제기했다.

심지어는 3년전 '기요타케의 난'이 언급되기도 했다. 코치진 인선을 놓고, 기요타케 전 대표(단장격)가 와타나베 명예 구단주에 항명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그런 이전투구가 벌어질 지 모를만큼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한신-요미우리의 관계는 지역 감정의 관점에서 이해가 필요하다. 요미우리(간토)는 주류, 한신(간사이)은 비주류를 상징한다. 간토(關東) 지역은 도쿄 일대로 그곳 출신들이 역사적으로 권력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반대로 간사이(關西) 출신들은 여기서 소외됐다. 때문에 '오사카 출신이 성공하려면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 돼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야쿠자가 되거나'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사실 일본 야구의 전부나 다름없다. 거인이 생기면서 일본 프로야구가 생겼고, 일본인의 대다수가 그 팬이다. 그를 제외한 모든 팀이 '타도 교징군(巨人軍)'을 외친다. 그중 맹주로 자처하는 게 한신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이제껏 일본시리즈 우승은 1985년 딱 한번 뿐이다(요미우리 22번).

그런 언더독이 적지(도쿄돔)에서, 4연승 스윕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1패의 핸디캡을 적용한 클라이맥스 시리즈 사상 이런 적은 처음이다. 게다가 두 팀간 정규시즌 승차는 무려 7게임이었다. 요미우리는 올해가 창단 80주년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우승한다고 다짐에 다짐을 해왔다.

도대체 오승환과 그의 팀은 일본 야구 역사에 무슨 일을 한 것인가.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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