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미 "깡마른 것보다 저처럼 오동통한 게 친근하지 않나요?" [인터뷰]

윤혜영 기자 입력 2014. 10. 20. 08:54 수정 2014. 10.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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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배우 남상미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 꽉꽉 짜여진 인터뷰를 몇날 며칠을 하고나면 진이 빠지기 마련. 그들은 과연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할까. 그러나 남상미는 인터뷰 중 잠시 정적이 흐르는 순간에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며 많은 재미난 소스들을 투척했고 끝나고 나서도 "정말 재밌었어요. 이런 식이면 몇 번이라도 인터뷰할 수 있겠는데요?"라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남상미가 호감인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털털함이 지나칠 정도라 여느 여배우들의 '예쁜 척 코스프레'도 갖다 버린 지 오래다. 레드카펫 위에 서는 게 그 누구보다도 오그라든다는 그는 독한 다이어트로 마른 몸을 유지하는 대신 살이 쪄서 행복하고, 부푼 파마 머리는 관리하기 편해서 좋고, 사람은 갖춰진 것보단 자신이 채워줄 수 있는 부족한 사람이 끌린다고 했다. 이른바 '수녀 마인드'를 가진 건전한 사고의 소유자라는 게 다시 한 번 괜찮은 사람임을 깨닫게 했다.

KBS 드라마 '조선총잡이'에서 똑부러지는 정수인 역을 맡은 남상미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영화 '슬로우비디오'(감독 김영탁) 수미로 관객을 다시 찾았다.

"수인이는 긍정적, 진취적, 열정적인데 약간 독기라고 해야되나요. 풀어지지 않는 아이라고 하면 수미는 풀려 있는 영혼이잖아요. 저와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이사님은 수인이가 제 성격이래요. '남상미가 맡은 역 중에 수인이가 가장 비슷하다'고 해서 '내가 그렇게 똑똑해? 사람들한테 얘기해야지'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사실 연기할 때 편한 건 수미였어요. 오죽했으면 감독님이 '너 연기 좀 해라'라고 했다니까요. 저는 수미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실제 남상미는 '슬로우 비디오'에서 자기 옷을 입은 듯 보는 이들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연기를 시전했다. 그는 "수미는 그냥 놀았다. '감독님이 컷하면 컷인가 보다. 슛하면 슛하나보다' 했고 그런 방관하는 느낌이 정말 편했다. 감독님이 그냥 저 하는대로 놔두셨다. 언제 또 이런 캐릭터를 만날까 싶다. 사실 배우들은 작품 하나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를 심층분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수미는 그렇지 않았다"라고 떠올렸다.

이는 편안해진 겉모습도 크게 일조했다. 남상미는 "드라마 '결혼의 여신' 끝나고 일주일 만에 촬영을 해 부어 있는 상태였다"라면서 "재정비할 시간이 없었다. 일주일 만에 3kg를 뺐는데 의상도 벙벙하고 수미가 예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라 마인드도 느슨해지더라. 사실 난 깡마른 거보다 오동통한 게 친근하고 좋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혼의 여신' 찍으면서 고생을 좀 했다. 안면 마비가 올 정도로 심적인 충돌이 있었다. 제 가치관과 극중 놓인 상황이 다르다 보니 받아들이고 이겨내는데 에너지 소모가 컸다"라며 "'슬로우비디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토닥임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해야겠다고 느꼈다. 감독님에 차태현 오달수 선배님까지 다들 인간적인 위로를 해줄 수 있는 분들이 모였던 거 같다. 오히려 제가 치유가 된 작업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차태현을 친근하게 '오라버니'라고 부르던 남상미는 이날 같은 장소, 다른 층에서 인터뷰 중인 차태현이 먼저 인터뷰를 끝나고 내려오자 반갑게 맞이하며 다정함을 과시했다.

"태현 오라버니는 처음에 사무실에서 리딩하는데 작품을 같이 해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관계자 분들도 '둘이 어울릴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둘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오라버니한테 감사하죠. 제가 업히는 신이 있었잖아요. 사실 업히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근데 오라버니가 한 번에 업으시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어요. 요령이 있었나봐요. '이게 차태현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엄청난 힘이구나' 싶었죠. 저도 팬으로 좋아하는 시절이 있었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고 좋아하는구나. 믿고보는 배우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태현은 극중 동체시력이라는 독특한 능력이 있어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다. 남상미는 "눈이 안 보이니까 틈틈히 많이 봤다"라면서 "사적으로 얘기할 때도 계속 끼고 있었고 난 옆을 보고 얘기했다. 극중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난 관계가 아니라 옛날에 만났었던 첫사랑이다보니 익숙해지고 편해져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태현의) 속눈썹이 참 예쁘시더라. 고데기 한 것 같았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남상미는 오달수도 '오라버니'라고 불렀다. 그는 "낙엽을 안고 가는 신 찍을 때 달수 선배님을 처음 봤는데 나도 모르게 '오라버니 오셨어요?'라고 했다. 옆집 오빠 같았다"라며 "적지 않게 당황하셨지만 바로 말을 놓고 친해졌다. 그때 정말 추웠는데 사람들이 다들 좋아서 훈훈했다"라고 밝혔다.

주로 로맨스 물에서 활약한 남상미지만 그는 의외로 독한 악역 혹은 액션에 강한 욕심을 보였다. "너무 하이틴스타같지 않고 지극히 도시적인 느낌도 아니라서 진솔한 모습을 기대하고 캐스팅해주시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운을 뗀 그는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 사람이 저 작품, 저 연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구나' 지켜봐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면서 "사실 난 반전이 있는 여잔데 다들 생각을 그렇게 안 하시는 것 같다. 저 액션도 잘 할 수 있다"라고 울분을 토하듯 말해 놀라움을 줬다.

"이렇게 PR해도 되나요? 저 몸을 되게 잘 쓰고 임기응변도 잘 해요. 매니저 언니가 '조총'에서 내가 도망다니는 것도 극적으로 긴박하게 잘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말도 잘 타고요. 뛰는 것도 잘 뛰고 그리고 액션에 가장 중요한 건 방어 능력인데 저는 정말 리얼하게 넘어지는데 안 다쳐요. 다른 여배우들한테 없는 능력인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언젠간 하겠죠? 나이가 31살이라서 더 늙기 전에 해야되는데. 아! 저 독한 것도 잘할 수 있거든요. 20대부터 모태 반항아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무도 기대를 안 하시나봐요."

차기작에서는 남상미가 날아다니고 나쁘게 변신한 장면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차기작 계획에 대한 물음에 고개부터 저었다.

"일단은 당분간 좀 쉬려고요. 한 달을 못 쉬었던 거 같아요. 아플 만도 한데 긴장의 끈을 못 놓고 있어서 버티고 있나봐요. 너무 자주 나왔으니 많은 분들이 저를 좀 궁금해하실 수 있게도 해드려야죠. 생명은 계속 길게 가야하는 거니까. 근데 길게는 안 쉴 거 같아요. 그렇다고 매니저 언니 놀게 할 수는 없잖아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남상미| 슬로우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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