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인데요, 2000만원 더.." 잔인한 가을 전세

홍원상 기자 2014. 10. 2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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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한달 새 가파른 상승] -전세 물량 부족에 低금리 부작용 年 2%도 안되는 은행 금리에 집주인들 월세·半전세로 돌려 정부 주택시장 정상화대책 안먹혀.. 전세금 상승 수도권 외곽으로 번져

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모(44)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아파트 전세금을 1억원 넘게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금 시세가 2년 전 3억2000만원에서 최근 4억40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것이다. 김씨는 "20년이 넘은 아파트인데 전세금이 30%나 오른 게 믿기지 않는다"며 "대출을 받지 않으면 회사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일 '주택 시장 정상화' 대책을 내놨지만, 아파트 전세금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최근 한 달 새 전세금이 2000만~3000 만원씩 올랐다. 그나마 전세 물량도 부족해 월세 계약을 맺거나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9·1 대책' 이후 집값이 단기간에 급상승하자 주택 실수요자인 세입자들이 매매로 잘 갈아타지 못하고 있다"며 "신규 분양 물량도 당장 전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말했다.

◇ 3000만원 올라도 매물 찾기 어려워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금은 9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평균 0.06~0.09%의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의 주간(週間) 아파트 전세금 상승 폭은 지난달에 0.12~0.16%로 커졌다. 10월 첫째 주에는 0.18% 올라 작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금 상승세는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상계동 주공4단지(전용 58㎡)는 최근 한 달 새 2000만원이 올라 1억9000만원에 거래가 됐고,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전용 84㎡)도 3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잠실의 S부동산공인 직원은 "전셋집이 한 곳이 거래되면 그다음 계약에서는 500만원은 자동으로 올라간다"며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많아 가격이 더 오를 분위기"라고 말했다.

◇低금리와 공급 부족 '덫'에 빠져

전세금이 다시 급등하는 것은 수요에 비해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 금리가 연(年) 2%대 이하로 떨어지자 전세금을 받아도 돈 굴릴 때가 마땅찮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半)전세로 돌리면서 전셋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R부동산공인 직원은 "계약이 만료된 전셋집은 대부분 보증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린다"며 "요즘 임대 매물의 80%가 월세"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임대 시장에서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옮아가 전세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가격을 높이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주택 구매를 꺼리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신규 분양에 몰려들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졌다"며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세입자들도 해당 아파트가 입주하기까지는 2년여 동안 전세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 難民으로 수도권도 불안

오른 전세금을 메우기 위해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다 보니 가계 부채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전세 대출 잔액은 총 32조8000억원. 올 들어만 10조4000억원(8월 기준)이 늘었다. 이는 매월 1조3000억원꼴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서울을 떠난 세입자들이 경기·인천에 자리 잡으면서 전세금 상승이 수도권 외곽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평균 3.60% 올랐지만, 같은 기간 인천은 5.24%, 경기도는 4.02% 상승했다. 경기도 화성시(75.8%)를 비롯해 수원시 장안구(72.7%), 군포시(72.8%), 의왕시(72.7%)처럼 아파트 전세금이 집값의 70% 수준을 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서울 강남권에서만 2만9000가구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가는 것도 전세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당장 올해 연말까지 4000가구가 재건축 공사에 들어간다. 반면 올 12월까지 서울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3566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9609가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 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주를 시작하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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