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들, 누리과정 예산편성 안할 듯..무상보육 중단 위기

류난영 2014. 10.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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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류난영 기자 이혜원 기자 = 정부가 내년도 3~5세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 재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유지하면서 이 사업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기존 입장 재확인에 맞서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내년부터 만 3~5세 영유아에 대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교육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어린이집을 포함한 내년도 누리과정 전체 소요경비를 산정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으니 늘릴 수 없고 교육청의 예산항목 중 교육감이 재량으로 지출하는 부분을 구조조정해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교육 재정의 어려움은 다른 재량지출 사업의 급속한 확대에도 원인이 있다"며 "현재 재정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량지출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추가 예산지원이나 국고 편성이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3~5세 누리과정 재원은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

교육청 예산 중 의무지출은 인건비, 학교신설비 등 고정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예산으로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또 재량지출은 학교운영비나 행정비, 복지비용 등 교육감이 재량에 따라 끼워 넣거나 줄일 수 있는 예산이다. 하지만 어떤 예산이 재량지출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된 것은 없고, 사실상 경직성 경비와 비슷해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교육감들에게 요구한 것은 '생색내기'와 '교육감 압박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장관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기준재정 수입액을 산정해 시·도교육감에 교부할 수는 있지만 항목별 예산 편성은 시·도교육감 권한이다. 때문에 교육부가 누리과정 경비를 산정해 교부금에 반영해도 교육감은 이를 의무적으로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시·도교육감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갈등이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3~5세 누리과정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기재부와 교육부는 교육감은 유아교육법에 따라 누리과정에 대한 예산을 편성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아교육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를 무상교육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 비용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무조건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시·도교육감들은 상위법인 시·도의 교육·학예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비특별회계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으로 제한돼 있는 등 충돌하고 있어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생각된다.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시도 교육감들이 결의한 내용에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이어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에 대해 동의하지만 현실적 여건이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조건"이라며 "앞으로 국회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울시교육청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예정대로 편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예산이 편성되지 않을 경우 무상보육이 집행되기 어렵겠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편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시·도교육감에게 예산을 떠넘기는 등 과거 기조와 달라진 게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시·도교육청의 교육재정 고갈로 예산 편성이 어려운데도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3조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추진한 사업인데 예측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방에 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도 "내년에 유·초중등 예산이 1조3000억 가량 줄어드는 상황에서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정부와 교육감들간의 갈등 구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경직성 경비가 시도교육청 전체예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구조조정해 누리과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학교환경개선비가 60%나 감소된 상황에서 찜통교실, 학교 시설비 감축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와 교육감간의 갈등구조로 교육 본질 예산이 축소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가 오늘 발표한 내용은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보통교부금에서 누리과정 몫을 교육청에서 집행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일 뿐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며 "지방교육재정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부담토록 하는 것은 시·도교육 재정의 파탄을 가져올 뿐"이라고 말했다.

또 "어린이집은 중앙정부의 사업이며 교육감이 아닌 시·도지사의 사업이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대한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시·도로 보내야 한다"며 "어린이집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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