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베이컨 누가 먼저.." 삼성 직무적성검사 고난도 문제에 당혹
삼성그룹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12일 치러졌다. 상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사, 세계사 등의 상식을 묻는 질문이 다수 출제됐다. 최근 국제 정세와 경제 이슈에 대한 상식이 풍부한 지원자에게 유리한 문제들도 나왔다.
삼성은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 79개 고사장과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3개 지역에서 SSAT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10만명 가량이 지원했으며 실제 응시자는 9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시험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11시50분까지 3시간 20분이었다. 시험은 언어·수리·추리·상식·시각적 사고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서울 강남구 도곡로 단대부고에서는 삼성전자 등에 지원한 1700여명이 '삼성 고시'에 응시했다. 오후 12시가 가까워오자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학교 정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역사 문제가 다양하게 나왔고 철학, 모바일 기술 관련 문제들도 출제돼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부문에 지원한 박모(27)씨는 "난이도가 예상보다 높았고 추리와 시각적 사고 파트가 특히 어려웠다"면서 "상식 파트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 마틴 루터 등 유럽 중세 철학자들의 활동 시기를 순서대로 쓰는 문제가 나와 당황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SSAT에 처음 도전했다는 한 응시생은 "공대생이 풀기에 어려운 경제 상식 문제가 많았다"면서 "고려시대 왕들의 업적과 주요 사건을 보기로 주고 시대 순으로 나열하도록 한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 시험을 봤던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표정이 밝았다. 삼성전자 영업부문에 지원했다는 허모(24·여)씨는 "전체적으로 난이도는 높았지만 상반기보다는 덜 어려운 느낌이었다"면서 "직무 상식 관련 문제가 쉽지 않았고, 국제 이슈에 관한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직무 용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알파벳을 쓰는 문제, '갤럭시 기어'와 '갤럭시 엣지'를 영어로 써서 단어 퍼즐을 완성하는 문제도 나왔다. '사물인터넷(IoT)'과 '기어' '타이젠'에 공통으로 포함되지 않는 알파벳을 고르는 문제도 출제됐다.
경제상식 분야에선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과 삼성전자의 위기 등이 업계 이슈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 쇼핑몰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회사(알리바바), 메신저 'QQ'를 만든 회사(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설명을 보기로 주고 기업명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를 쓰라는 문제도 나왔다.
이르면 내년부터 서류 전형이 부활할 것이란 소문에 대해 응시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에 응시한 박모(28)씨는 "지금은 누구나 SSAT를 볼 수 있지만 서류 전형이 도입되면 알게 모르게 학별 등에서 차별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응시생 김모(26·여)씨는 "지원자가 모두 SSAT에 응시하는 지금은 처음부터 경쟁자가 너무 많아 힘들다"면서 "서류 전형 부활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은 SSAT와 면접 전형을 거쳐 올 하반기 45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입시과외 등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독서와 경험 등을 요구하는 종합적·논리적 사고 능력 평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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