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살포가 불러온 총격전..남북관계 또 위기

2014. 10. 1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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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찾아온 남북 화해무드 급냉..삐라 살포 정부 대응 안일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북한이 10일 오후 탈북자 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삐라)을 향해 수발의 고사총탄을 발사해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는 등 총격전이 발생했다.

우리 지역을 향해 총탄을 발사한 북한에 1차 책임이 있지만, 북한의 강한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대북전단 살포를 수수방관한 우리 측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 北 고사총탄, 민통선 일대에 낙탄

국방부는 이날 "경기도 연천 합수리 일대에서 우리 측의 민간단체 풍선부양 이후, 오후 3시 55분쯤부터 북측 지역에서 발사한 총성이 청취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이후 오후 4시 50분쯤에는 민통선 일대 아군부대 주둔지와 삼곶리 중면 면사무소 일대에 적 14.5mm로 추정되는 고사총탄 수발이 낙탄됐다"고 설명했다.

고사총탄은 면사무 앞마당에 1발, 그리고 인근 민방공대피소에 부근에 2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간인과 우리 장병의 피해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 우리 군은 낙탄 현장을 확인한 뒤 오후 5시 30분쯤부터 경고방송에 이어 10분 뒤 교전수칙에 따라 적 GP 일대에 12.7㎜ K-6 기관총 40여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있은지 10분 뒤쯤 북한 군은 또 다시 우리 측 GP 상공을 향해 총탄 수발을 발사했다. 다만 양측의 사격은 상대방에 피해를 주기위한 조준사격이 아닌 경고성 사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격전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 군은 민통선 지역에서 오후 6시 10분쯤 연천 일대 부대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비록 우리 측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 지역에 북한이 쏜 총탄이 떨어진 것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4년여 만이다.

◈ 北 강력 반발에도 대북전단 살포 강행

민통선 부근에서 발생한 이날 총격전에 앞서 탈북자 단체들은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 관계자 3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경기도 파주시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모여 대북전단 20만 장을 대형풍선 10개에 매달아 띄웠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연천군 중면 소재 야산에서는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인 이민복씨가 대북전단 132만장을 풍선 23개에 실어 북한 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날은 북한 노동당 창건 69주년 기념일이자 탈북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사망한지 4주기를 되는 날이었다.

대북 전단에는 "우리 탈북자들은 김정은 3대 세습을 끝내기 위한 자유·민주통일의 전선으로 달려간다" 등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지난 9일 "만일 남조선당국이 이번 삐라살포란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수습할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종 매체를 동원해 대북전단 살포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정부, 北 반발 예상하고도 안일한 대응

조평통은 이와함께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한해 남북회담을 갖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대북전단 살포는) 최근 모처럼 마련되고 있는 북남관계개선흐름을 가로막아 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한다면서도 여전히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면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지난 9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은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해 자제만 요청하고 사전에 이를 차단하는 등의 대응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 강행과 이로인한 남북간 총격전으로 북측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남 이후 어렵게 조성된 남북 화해무드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북 최고위급 방남 당시 북측과 우리측이 이달 말쯤 열기로 약속했던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이 개최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 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우려했던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총격을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정부는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책무가 있다"며 "대북 전단살포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과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해 연말 북한의 정세를 고려해 서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애기봉 성탄절 등탑 점등 행사를 취소하고 민간교회의 점등 예배 신청도 불허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의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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