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창조경제의 선봉 카카오, 부당한 난관에 빠지다

2014. 10. 11.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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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쯤이었다. 누군가 내게 텔레그램에 가입했느냐고 물었다. 다운로드하고 보니 메신저 서비스였다. 내 휴대전화의 연락처에 포함된 20명가량이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40명이 됐다.

 내 연락처에 나오는 사람은 대부분 기술 산업이나 진보 정치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네트워크 효과와 밀접한 뭔가가 '대박'을 터트리면, 그 뭔가는 신속하게 주류(主流) 자리를 차치할 수 있다. 마크 저커버그에게 "한국에는 페이스북보다 훨씬 우월한 싸이월드가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실패할 것이요"라고 말했다는 한 한국인 학생 이야기가 생각난다.

 텔레그램이 카카오 자리를 차지할 것 같지는 않다. 또 장기적으로 카카오의 시장점유율을 크게 잠식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쇼킹하다. 카카오는 국가의 개입 없이 놀라운 성공을 거둔, 흔치 않은 자생적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위계서열적인 경제 환경에서 카카오야말로 한국에 필요한 유형의 회사다. 카카오는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국가 자체가 사람들을 낯설지만 '안심할 수 있는' 텔레그램의 품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얼마나 슬프고도 얄궂은 일인지 모른다. 국민이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에 대해 국가가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국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 메시지가 5초 만에 스스로 삭제되는 기능도 별로 필요 없을 것이다. 텔레그램이 민주 국가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더 인기가 높다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나는 한국이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은 민주국가다. 문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는 급락했다. 2011년 싱크탱크인 프리덤하우스가 한국의 언론 환경에 대한 평가를 '자유로운'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로운'으로 강등했을 정도다. 한국의 역대 정부들은 일반적으로 세계 랭킹이나 세계 다른 나라들에 한국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는지에 대해 민감하다. 내가 보기엔 지나칠 정도다. 흥미롭게도 언론 자유나 정치적 개방성 평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으로 일할 때 나는 정계와 재계의 힘있는 사람들을 종종 접했다. 그중에는 '나는 태생이 다스리는 사람이다'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해외 언론 등 외부의 비판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내 비판은 소송, 심지어는 위협과 수사로 대응한다.

 나는 어느 국회의원에 대한 기사를 읽고 실망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했을 때 반대 시위가 있었다. 그 국회의원은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연히 시위자들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들을 '멍청한 놈들'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어떤 의견을 표현했다고 해서 벌을 준다는 것은 파리 같은 곳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다.(만약 올랑드 대통령이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마다 1유로씩 받아낸다면 그는 프랑스의 국가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은 모스크바에 더 흔하다. 모스크바는 텔레그램이 태어난 곳이다.

 그런 사고방식은 역효과를 보기도 한다.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수사한 덕분에 미네르바는 유명인이 됐다. 장하준 교수가 빙그레 웃으며 내게 한 말도 생각난다. 군에서 사병들이 장 교수의 책을 못 읽게 하는 바람에 책이 곱절은 더 팔렸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텔레그램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검찰이 지나치게 반응한 결과로, 의도한 바와 달리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더 드세다. 게다가 한국 최고의 회사 중 하나가 부당한(undeserved) 난관에 빠졌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떤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는 조건 중 하나는 '국민'이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대통령을 비판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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