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신문 기자 기소에 "언론탄압" 반발(종합)
주요신문 일제히 비판 사설, 미국·서구 언론도 관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사회는 산케이(産經)신문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기소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와 여야 정치인, 일본의 언론 관련 단체는 한목소리로 "보도의 자유를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일본 주요신문은 9일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데 이어 10일에는 일제히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은 법령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으므로 검찰의 판단에 정권의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도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권이 힘으로 강제해 굴복시키는 것은 폭거"라고 썼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형사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청와대의 의향에 따른 정치적 기소일 것"이라며 "보도에 대한 압력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표현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마이니치(每日)신문, 도쿄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가토 전 지국장 기소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지나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산케이신문은 9일 사설과 사장 명의 성명 등으로 한국 정부를 비판했고 10일에는 검찰 조사가 기소와 유죄판결을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가토 전 지국장의 수기 형식의 글을 1면에 실어 공세를 강화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 수기에서 한국 검찰의 기소는 "나를 심리적으로 압박해 산케이신문을 굴복시키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상세히 공개되는 국가 지도자의 동정이 한국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는 것에 강한 위화감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일부 신문이 군사 정권 시절에 한국에서 있었던 보도·취재 제약이나 기자 추방을 거론하고 이번 사건이 한국의 대외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일본에서는 이번 사건이 언론탄압이라는 해석이 두드러지고 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우리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지지하며 매년 내는 인권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관련 법에 대한 염려를 표명해 왔다'고 밝히고, AP통신이나 로이터통신 등이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하는 등 서구 사회도 주목하는 상황이어서 일본 사회의 이런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한일 정상회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한일 관계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고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 등을 언급하는 기사를 쓴 가토 전 지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8일 불구속 기소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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