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검찰, '부실 구조' 해경 책임만 물어.. 또 '꼬리 자르기' 수사

장은교 기자 2014. 10. 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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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휘관' 123정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기소
해경, 언딘에 일 맡기려 현장 대기 선박 투입 30시간 막아
154명 구속 불구 '윗선'은 구조 책임 없는 것으로 결론

검찰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해경에 대해 목포해양경찰청 소속 123정장 김경일 경위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윗선'의 구조책임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검찰은 현장에서 구조책임을 맡았던 목포해양경찰청 소속 123정장인 김경일 경위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총 399명이 입건됐고 그중 154명이 구속됐지만, 청와대나 안전행정부 등 정부 책임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마르지 않는 눈물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리멤버0416' 회원들이 6일 경기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난 뒤 유가족들을 껴안고 위로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구조 안 하고 '장사' 도운 해경

검찰은 김 경위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김 경위가 '현장지휘관'의 직책을 부여받았고 배 안에 다수의 승객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해경은 김 경위에게 퇴선안내방송을 하라고 지시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상사고가 나면 현장지휘관이 구조매뉴얼대로 행동해야 하지만 김 경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대형 안전사고에서 국가공무원이 구조의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때도 공무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지만 구조의 책임은 아니었다. 그만큼 구조만 제대로 했다면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법원이 김 경위의 업무상과실치사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경우 배상액이 더 커질 수 있다.

해경과 언딘의 유착관계도 드러났다. 검찰은 해경 차장 최모씨와 수색구조과장 박모씨, 수색구조과 경감 나모씨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 등은 언딘 대표와 친분관계를 맺어오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자 언딘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체 인양 작업 구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청해진해운에 압력을 넣었다. 언딘은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상태로 안전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리베로호를 현장에 투입했다. 현장에는 현대보령호가 대기 중이었지만 최씨 등은 리베로호 투입을 주장하며 보령호의 투입을 30여시간 동안 막았다.

■ 윗선 책임은 정말 없나?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까지 지시했지만, 구조 활동과 관련해 형사적 책임을 지는 것은 123정장 한명뿐이다. 김 경위가 현장 상황을 허위보고했기 때문에 해경 간부들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은 "구조적 비리가 아니라 잘못된 업무자세에서 비롯된 개인적 일탈"이라고 말했다. 해경에서 구조매뉴얼교육을 제대로 실시했는지는 형사적 책임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앞으로도 현장지휘관 한명이 잘못하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간부들은 어떤 형사적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구조보다 언딘의 구조장사를 적극적으로 도운 해경 차장 등도 뇌물수수 등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명절선물만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을 들인 유병언 일가 수사도 경영에 직접 관여한 차남 혁기씨가 해외로 도피해 마무리하지 못했다. 세월호 노트북에서 '국가정보원 지적사항'이 발견돼 제기된 국정원 개입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국가보호장비 지정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처음부터 조사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실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 간부는 "위기관리 지휘·책임과 구조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다르다"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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