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심들 나섰다..'지지 마라, 호쿠세이의 모임' 결성

입력 2014. 10. 6. 20:50 수정 2014. 10. 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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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자·언론인·법률가 등 43명

"위안부 보도 기자들에 협박

1930년대 우익테러 닮아…

허용하면 일본 사상자유 썩어"

"이것은 새로운 매카시즘이다. 이를 허용하면 일본의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썩게 된다."(고모리 요이치 도쿄대 교수)

1980~1990년대 <아사히신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보도했던 전직 기자들을 겨냥한 일본 우익들의 노골적인 협박이 이어지자, 이를 막으려는 일본의 양심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강상중 세이가쿠인대학 총장, 고바야시 세쓰 게이오대학 명예교수,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등 일본의 저명 학자, 언론인, 법률가 등 43명은 6일 '지지마라, 호쿠세이의 모임'을 결성해 대학을 상대로 한 일본 우익들의 노골적인 협박과 테러 공세에 맞서기로 했다.

이번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1991년 8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임을 처음으로 밝힌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56) 전 <아사히신문> 기자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테러'에 가까운 공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무라는 올해 초 고베 쇼인여자학원대학의 전임 교수로 내정됐으나 우익들의 항의가 이어져 지난 3월 채용이 취소됐다. 이어 5월부터는 그가 비상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삿포로시 호쿠세이학원대학에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우익들의 협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익들은 인터넷에 우에무라 기자의 딸 사진까지 올리며 자살을 종용하고 있어, 우에무라 기자와 가족들이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모임 결성을 주도한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교수는 "호쿠세이대학에서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다른 대학 교수들의 수업 내용에까지 우익들의 감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지식인들이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제거하려는 현재 일본 우익들의 모습이 1930년대 군국주의시대에 벌어진 우익 테러와 닮았기 때문이다. 다나카 명예교수는 "지금의 모습은 '야나이하라 사건' 등에서 나타났던 학문, 언론 탄압 흐름과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야나이하라 사건은 도쿄대학 경제학부 교수이던 야나이하라 다다오가 1937년 9월 중일전쟁을 비판하는 논문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교수직에서 쫓겨난 사건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상의 자유'를 잃어버린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 갔다. 가이도 유이치 변호사는 "구체적인 개인에 대한 협박, 위협, 공격은 형사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이런 행동이 용납되는 사회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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