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난민' 인문계] "우린 어디로"..인문계 많이 뽑던 금융社도 속속 "이공계 우대"

박한신/공태윤 2014. 10. 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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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은행·유통社·공기업 취업 경쟁률 은행, 리스크 관리 중요..수학적 사고 요구 "IT 자격 등 갖춰 이공계 분야 취업 도전을"

[ 박한신/공태윤 기자 ] 은행과 유통회사, 공기업 등의 채용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것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들에서 이공계 우대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신입사원의 80%가 이공계 출신이고 인문계는 20%에 불과했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이공계 비율은 85%에 달했다. 경쟁률도 인문계는 75 대 1, 이공계는 8.8 대 1로 확연히 대비됐다.

현대차그룹도 인문계 신입사원은 30%에 그쳤다. 경쟁률 역시 인문계 200 대 1, 이공계 50 대 1로 크게 차이가 난다. SK그룹 신입사원 비율도 인문계 20% 초반, 이공계 70% 후반이었다. LG그룹 주요 계열 3사(전자·화학·디스플레이)의 경우 인문계 비율이 15%에 불과했다.

◆인문계생 채용 않는 대기업 급증

이공계 졸업생 선호현상은 올해 더 뚜렷해 인문계 출신을 채용하지 않는 대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스플레이·테크윈 등 삼성 계열사 6곳과 LG디스플레이·화학 등이 인문계 전공자를 뽑지 않을 계획이다. 3년 전만 해도 '이공계 홀대' 현상이 국가적 화두였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옛말'이 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제조업에서 밀린 인문계 출신들은 남은 우량 직장인 은행과 공기업, 유통사 등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 회사는 전통적으로 인문계 출신을 상당 규모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신입사원의 95%가 인문계 출신이고, 공기업과 은행의 신입사원도 인문계가 다수다. 은행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장모씨(27)는 "요즘 인문계를 워낙 안 뽑아 금융권을 노리고 전문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며 "어문·사회계열 출신도 많이 뽑는 은행이 그나마 인문계 전공자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은행마저 '이공계 우대' 명시

하지만 이 같은 '희망'마저 앞으로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공기업은 긴축 경영을 이유로, 금융산업은 악화하는 경영환경 때문에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금융권에서마저 이공계 출신 우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채용 공고문에서 '우대 사항'에 '이공계 전공자'를 명시했다. 우리은행 역시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와 프로그래밍언어 능통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기술금융과 정보보안이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데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은행원에게도 수학적 사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은 울상이다. 서울 소재 대학 경영학과 4학년 정모씨(25)는 "그나마 인문계생을 써주는 곳은 업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며 "모든 취업시장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씨(29)도 "경쟁률이 100 대 1이면 떨어진 99명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지 막막하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 영업직을 찾아봐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문계생이 이공계 분야 취업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서진 동국대 취업지원센터장은 "제조업에서도 경영마인드나 외국어 등이 필요한 만큼 인문계생이 융복합적 사고와 자질을 갖춘다면 이공계생에 밀릴 게 없다"며 "IT 등 기술 관련 전문자격증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한신/공태윤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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