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 착각해서 銅 놓칠 뻔한 바레인 女마라토너
마라톤에서 '테이프'를 끊는 것은 우승자의 특권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결승선 테이프' 없이 결승지점을 통과하면 끝이다. 그런데, 그 결승점을 두고 묘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마라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트랙 내에서의 '역전, 재역전'이었다.
2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마라톤에서 바레인의 라산 둘라 겜그추는 3위로 골인지점인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들어았다. 트랙을 한 바퀴 돌아야 결승점이었지만 겜그추는 절반쯤 돌았을 때 갑자기 달리기를 멈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치 결승점을 이미 통과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겜그추의 뒤를 일본의 하야카와 에리, 중국의 예이추 등이 따라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메달'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쳤다기 보다는 결승점을 착각한 듯한 동작에 가까웠다.
하야카와가 빈틈을 놓치지 않았고, 속도를 높여 겜그추를 추월했다. 그제서야 겜그추가 화득짝 놀라며 다시 뒤를 쫓기 시작했다. 42㎞ 레이스를 마치고 잠시 긴장을 풀면 다시 힘을 끌어올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의 최보라는 이날 마라톤을 완주한 뒤 그대로 트랙에 쓰러져 결국 들것에 실려나갔다.
그러나 겜그추는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쉬었다 다시 뛴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야카와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를 돌 때 하야카와를 따돌리며 동메달을 완성했다. 겜그추는 2시간 33분 13초, 하야카와는 2시간 33분 14초를 기록해,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겜그추는 3위를 확정지은 뒤 멋쩍은 표정으로 하야카와와 포옹을 했고 하야카와는 경기 뒤 "있는 힘껏 달렸는데 마지막에 힘이 부족하더라"라며 웃었다.
겜그추는 이날 오후 열린 시상식에서 코칭스태프를 통해 "지쳐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잠시 그곳이 결승점인 줄 착각했다"라고 밝혔다.
<인천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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