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출국 요우커 손엔 '수천만원 쇼핑백'

박효주 기자 2014. 10. 2.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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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차이나머니 / '상위 5%' 관광 따라가보니..

최근 몇년 전부터 서울시내 중심가 상점에서는 '어서오세요'의 일본어인 '이라샤이마세'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 대신 빠르게 대체된 말이 중국어로 환영한다는 뜻인 '환잉광린'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관광객이 늘고 씀씀이도 커지면서 서울 남대문과 명동 일대는 말 그대로 요우커의 세상이 됐다.

특히 '큰손' 요우커들의 구매력은 대기업의 매출단위를 바꿔놓기도 한다. 부자 요우커들의 한국관광은 어떻게 이뤄질까.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이드 정씨를 만나 부자 요우커들의 한국방문기를 따라가봤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첫날, 오후 1시 인천공항→호텔

중국인관광객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이날 도착한 관광객은 40대 여성 3명이다. 화려한 차림새가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이력을 소개하면 40대 후반인 A씨는 중국의 유명 아나운서 출신으로 지역방송국 사장이다. 그는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북부출신인 B씨는 스마트폰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의 사장 사모님이다. 그는 딸 아이의 치료를 위해 두달에 한번 꼴로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혼자 왔다. 마지막 C씨는 미용실을 운영한다. 매장 하나당 1000평 규모로 웨이하이(위해·威海)에만 4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다.

몇마디 인사를 나눈 후 대기시켜 놓은 고급세단을 타고 호텔로 향했다. 이들은 오로지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았기 때문에 호텔도 면세점 근처를 선호한다. 주로 찾는 호텔은 소공동 롯데호텔이나 신라호텔이다. 이날도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

소공동 롯데면세점/사진=머니투데이 DB

◆둘째날, 오전 10시∼오후 9시 면세점

호텔로비에서 오전 10시쯤 가이드와 함께 이들을 다시 만났다. 어제보다 가벼운 차림새다. 한국에 자주 방문한다는 B씨가 익숙한 듯 가이드보다 앞서 걸으며 면세점으로 향했다. 이들은 두어시간이 넘도록 면세점 곳곳을 둘러봤다. 가격을 물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들어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들이 찾은 곳은 백화점 푸드코트다. "쇼핑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며 가이드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면세점으로 향했다. 이번엔 오전과는 달리 세시간씩 품목을 나눠 쇼핑했다. 주로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명품가방이나 액세서리, 화장품이다. "피안이"(싸다·便宜)를 연발하면서 명품관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날 H브랜드와 P브랜드 신상 핸드백을 산 A씨는 "쇼핑천국이라 불리는 홍콩보다 한국면세품이 더 싸다. 신상품이 홍콩에 비해 늦게 입고되는 것 같지만 가격이 저렴해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의 쇼핑 마지막 단계는 화장품 코너다. 글로벌브랜드보다 한국화장품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 색조화장을 짙게 하지 않는 중국여성들의 특성상 기초화장품 위주로 구매한다. 특히 인기 있는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와 설화수다. 얼마나 잘 팔리는지 이 매장들은 중국인관광객으로 항상 만원이다. 헤라의 인기제품인 에어쿠션은 '쓸어담기'를 방지하기 위해 1인당 제품구매를 3개씩으로 제한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화장품 쇼핑까지 마치고 나니 이미 밤 9시가 훌쩍 넘었다. 이날의 쇼핑 왕은 C씨였다. 고가의 액세서리부터 명품백과 선물용 화장품까지 모두 합쳐 대략 40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가장 적게 쓴 이는 700만원어치를 산 B씨였다. 그들의 씀씀이에 놀라 가이드에게 '큰손 요우커'들이 면세점에서 평균 얼마정도 쓰는지 물었다. 그는 "면세점 쇼핑을 위해 기본으로 대략 1000만원을 준비해온다"고 말했다.

성형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관광객 /사진=머니투데이 DB

◆셋째날, 오전 10시∼오후 7시 백화점→성형외과

오전 10시에 호텔로비에서 다시 이들을 만났다. 오늘은 면세점 옆 건물인 백화점 쇼핑을 하는 날이라고 했다. 면세점에서 팔지 않는 의류나 골프용품을 오전 내내 백화점에서 구매했다.

다행히 오후엔 백화점을 벗어난다고 가이드가 귀띔한다. 간단한 점심을 먹은 뒤 이들이 향한 곳은 압구정 유명 성형외과다. 병원 또한 이미 중국인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시술을 상담해주는 코디네이터들도 중국인고객을 위해 중국인으로 배치됐다.

중국인관광객들은 주름치료를 위한 필러나 레이저시술, 눈썹문신 등 간단한 쁘띠성형을 주로 한다. 특히 많이 받는 시술은 레이저시술이다. 그 이유에 대해 B씨는 "미국의 레이저기기가 최고라고 하는데 아직 중국에는 수입허가가 나지 않아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시술을 받는다"며 "최근엔 중국 내에도 한국인 의사들로 구성된 성형외과 병원이 많이 생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넷째날, 오전 10시∼오후 8시 인사동→백화점

'이틀간 쇼핑을 했으니 오늘은 관광을 하지 않을까?' 하지만 기자의 기대는 무너졌다. 이들은 이날 인사동을 찾았지만 여전히 관심사는 수공예품 등 액세서리였다. 다양한 빛깔의 원석 액세서리를 사고 또 산다.

오후가 되자 가이드가 이들에게 명동이나 동대문을 구경해보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NO!". 명동은 사람이 너무 많아 싫다며 백화점에서 못다한 쇼핑을 하겠다고 말했다. 백화점 가두점까지 둘러본 이들은 이날도 어김없이 오후 8시가 넘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이들 일행은 다음날 오전 중국으로 출국했다.

5일간 이들이 쓴 쇼핑비용은 많게는 5800만원에서 적게는 2000여만원이다. 면세점에 이어 백화점에서 1000만원가량을 지출했고 성형외과에서 받은 시술도 600만원을 웃돌았다. 이외에 가두점이나 인사동에서 지출한 200만원가량은 우스워보일 정도였다.

4박5일간 이들의 일정은 쇼핑에 치우쳤다. 가이드를 맡은 정씨는 "한국의 관광지나 볼거리를 소개해주지 못한 게 아쉽지만 고객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양손 가득 쇼핑백을 쥔 채 그들의 나라로 돌아간 중국인관광객들이 한국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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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hj030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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