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는 6070 "먹다버린 음식 치우는 일이라도.."

김유진 기자 2014. 10.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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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⑥]6070 프리터족에게 '우아한' 일자리는 없는가

[머니투데이 김유진기자][편집자주] 일자리는 밥벌이다. 동시에 꿈과 희망, 미래다. 생계가 팍팍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0대와 20대의 알바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할 30~40대, 노후를 즐겨야할 60~70대가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실상을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⑥]6070 프리터족에게 '우아한' 일자리는 없는가]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 모인 노년유니온 소속 노인들.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무릎이 반질반질한 검은 유니폼을 입고 이 패스트푸드점을 상징하는 모자를 쓴 이현섭씨(62·가명)가 음식물 수거대를 치우기 시작했다. 빠른 점심식사를 마친 수백명의 손님들은 매장을 홀로 청소하고 있는 그에게 끊임없이 접시를 가져다줬다.

"귀찮잖아. 그냥 놓고 가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콜라 컵과 먹다 남은 햄버거, 감자튀김이 담긴 접시를 그에게 건넸다. "네 이리 주세요. 감사합니다!"라며 밝은 목소리로 답한 이씨는 능숙한 손동작으로 접시 위에 든 음식을 집어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접시 째로 일반 쓰레기통에 비웠다.

10대, 20대가 주 고객인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노인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 지점에는 이씨를 비롯해 패스트푸드 음식을 배달하는 노인 권모씨, 카운터를 보는 김모씨 등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10여명의 직원 중 4명 정도가 60대 노인 알바생이다. 일주일에 6일, 8시간씩 일하고 받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이들은 서울시의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이나, 자녀들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바를 구하게 됐다.

"여기서 1년을 일하면서 지켜봤는데, 젊은이들은 오래 못 버텨요. 요새 어려운 일들 잘 안 하려고 하잖아요. 먹다 버린 음식물을 만지고 치우는 일이다 보니 며칠을 하다가 대부분 그만두더라고요."

젊은 시절 이씨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IT업계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그동안 삼성, LG같은 대기업이나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해 왔다. 10여년간은 해외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때는 본인이 몇 년 뒤에 남들이 먹다 남은 햄버거를 치우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퇴직을 해 보니 나이 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에요. 20대보다 내가 프로그램을 더 잘 만들 수 있어도, 사회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40대는 일 부려먹기 쉬운 사람을 쓰려고 해. 그러다보니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전부 단순 노동 뿐이더라고요. 세상에 나와 맞닥뜨린 현실 때문에 받은 충격은… 얘기해서 뭐 해."

20대 중반의 두 딸 중 하나는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대학을 다니고 있고 하나는 딱 본인 먹고 살 정도를 벌고 있다. 두 딸에게 도움은 못 될망정 짐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이씨는 패스트푸드점의 문을 두드렸다.

사실 막노동도 아니고, 지금의 알바가 노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일자리 중 좋은 일자리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는 이씨. 본인이 체력이 약하지만 이 정도 노동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끔 감정이 상할 때 가장 힘들어진다. 특히 자식뻘의 젊은 사람들이 무시를 하고 하대할 때는 속이 많이 상한다.

"그렇지만 내가 돈을 벌고자 이 곳에 나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 되뇌어요. 솔직히 이런 일을 선택했으면서 감정이 상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능력이 안 되니까, 불만을 제기하거나 하대하는 고객들은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봐요."

바닥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노인들이 생계를 위해서 알바 중에서도 가장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힘든 알바들을 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옳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사실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체력이 훨씬 좋은데, 체력을 쓰는 일보다는 자리에 앉아있는 일을 하려고 하잖아. 내 생각에는 젊은 시절에 몸 쓰는 일을 하고, 나이가 들어서 편한 일을 하는 게 순리라고 보는데 우리 사회는 반대잖아.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 텐데…."

그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다시 산더미처럼 쌓여버린 음식물 접시를 치우기 위해 수거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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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진기자 yoo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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