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부정적 여론' 류중일 감독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2014. 10. 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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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대구=박대웅 기자] "야구만 유독 그렇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속상하죠."

한국 야구대표팀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류중일 감독이 1일 대구 롯데전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는 소속팀의 감독으로서 2014시즌 페넌트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류 감독에게 남겨진 과제다.

경기를 앞두고 아시안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금메달을 수상했던 당시의 가슴 벅찬 순간들을 떠올리면서도 그동안 가져야 했던 부담감과 아쉬웠던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일명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시간이 찾아온 것.

류중일 감독은 "물론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지만 선수단이 힘들게 금메달을 땄는데 여론이 좋지 않은 쪽으로 형성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다"고 운을 뗐다.

대표팀이 예선을 치르는 동안 3경기 연속 콜드게임 승리를 따내자 "시시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반대로 준결승과 결승에서 위기 끝에 승리를 거두자 이번에는 "약팀들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어떤 경기력을 선보여도 부정적인 평가를 들어야했던 운명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낸 것.

류중일 감독은 "어느 종목이나 한국, 중국, 일본이 금메달을 놓고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약체들만을 상대했다는 말과 함께 야구만 유독 그런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 같아 아쉽고 섭섭하다. 모두가 열심히 했고 결과 또한 좋았는데..."라며 본인 뿐 아니라 선수단 역시 이번 대회에서 위축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류중일 감독의 언급처럼 태권도는 '한국의 메달 밭'이라 표현될 만큼 그동안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해왔고, 각 나라마다 강세를 나타내는 종목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시안게임 4회 우승(대만-일본 1회씩)을 챙겼지만 야구가 항상 금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

그는 일본이 '사회인 야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프로에 갈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다는 점, 대만 역시 절반 이상이 미국 무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을 추가로 언급하며 상대팀들 역시 결코 호락호락한 전력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병역 혜택과 관련된 논란이 벌어진 점에 대해서도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과 많은 고민을 거친 끝에 선수를 뽑았다. 하지만 병역 혜택을 위한 선발을 했다는 말이 나오더라"라며 미필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언급한 뒤 이들이 모두 대표팀에 선발될 만한 성적을 보유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병역 혜택 역시 야구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닌데 유독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점을 거듭 아쉬워했다.

'금메달의 주역' 안지만 역시 비슷한 의견을 드러냈다. 안지만은 "오늘 아침까지 축하 연락이 이어질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운을 떼면서도 "하지만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같은 시간 및 조건을 각 국가들에게 준 상황에서 우리가 최정예를 구축해 최선을 다한 것인데 상대팀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비난을 받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안지만은 이어 "다들 좋아해주실 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의견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대표팀의 주축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앞으로도 언제든지 대표팀이 불러준다면 모두 다 나가고 싶다. 이번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와 팀워크가 좋았다"며 모든 선수가 같은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치렀음을 전했다.

류중일 감독과 안지만의 언급대로 이번 대표팀은 '당연한 금메달'이라는 여론의 압박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각오나 자세부터가 남달랐고, 주장 박병호를 중심으로 선수단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

부정적인 여론들 중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갖추거나 날카로운 핵심을 찌르는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맹목적인 비판, 이를 넘어선 비난은 분명 선수단에게 큰 상처가 된다. 병역 혜택이 절실한 선수가 아닌 이상 이제 야구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다는 것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yuksam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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