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복지 수준 세계 50위..'노인이 불행한 나라'

조병욱 2014. 10.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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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이 넘은 최모(70·서울 동대문구) 할아버지는 잦은 병치레로 노후자금을 다 날렸다. 20여 년 전 아내와 이혼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금은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노인이 불행해 지는 나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노인 가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노인의 47%는 총수입이 국가 중간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노인인권단체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세계 노인의 날인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세계 노인복지지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세계 96개국의 노인복지 수준을 소득, 건강, 역량, 우호적 환경 등 4개 영역 13개 지표로 측정했다.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0.4점을 받아 전체 순위 50위에 그쳤다. 지난해 처음 발표한 순위에서 91개국 가운데 67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9위), 태국(36위), 스리랑카(43위), 필리핀(44위), 베트남(45위), 중국(48위), 카자흐스탄(49위) 등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1위는 노르웨이(93.4점)가 차지했으며 스웨덴,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 유럽 주요 선진국들이 뒤를 이었다.

4개 영역 중 노인의 소득관련 부분은 80위로 가장 취약했다. 노인 빈곤율은 47.2%에 달했으며 노인의 상대적 복지수준도 62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연금을 받는 노인 비율 평가에서는 77.6점을 기록했다. 그나마 연금 수급률 자료가 개정되면서 지난해 90위에서 소폭 상승한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지급된 기초연금은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6.8%에서 29.9%로 계속 늘고 있다.

건강상태 영역의 경우 노인의 정신적 복지와 관련한 자료를 새롭게 반영하면서 지난해 8위에서 올해 42위로 대폭 하락했다. 사회적인 연결, 신체적 안정, 시민의 자유 등을 측정한 우호적 환경 분야에서도 5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난해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6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기대에 비해 낮은 소득보장 순위에 머물렀다"며 "노인 빈곤의 심각성과 해결방법, 연금 수준의 적합성과 보편성, 보장범위 등에 대해 국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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