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50년 만에 쪼그라든 세계 4번째 짠물 호수

이상엽 기자 입력 2014. 10. 1. 15:12 수정 2014. 10. 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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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랄해 동쪽 절반, 완전히 말라 없어져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는 한때 세계에서 4번째로 컸던 짠물 호수, 아랄 해(Aral Sea)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랄해로 유입되던 강물의 수량이 줄면서 1960년대 이후 매년 계속해서 호수의 면적이 줄어들었습니다.

최근 미국 NASA의 테라 위성에서 촬영한 MODIS 영상에 따르면, 얼마 전 남 아랄해의 동쪽 절반이 완전히 말라버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대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 2000년의 아랄해 사진(왼쪽)과 최근 사진(오른쪽)을 비교하면 한눈에 그 차이가 들어옵니다. 줄어든 호수 주변을 따라 그어진 가느다란 검은 선은 1960년대의 해안선입니다. 불과 50여 년 만에 호수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줄어든 겁니다. 어떻게 이런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걸까요?

발단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구 소련 정부는 아랄해로 흘러드는 두 개의 큰 강 물줄기를 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다리야 강과 시르다리야 강의 수량을 관개농업에 활용하자는 발상이었습니다. 스탈린의 중앙아시아 집단농장 계획과 맞물린 이 사업은 일시적으로 농업 생산량을 크게 높일 수 있었지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당시엔 대부분 미처 몰랐습니다.

그 결과 강물이 유입되지 않는 호수는 수십 년에 걸쳐 점점 수면이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증발량이 많은 사막 기후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해안선이 빠른 속도로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에 나온 2000년의 왼쪽 위성사진을 보면 이미 호수가 여러 개로 갈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랄해는 먼저 카자흐스탄 쪽의 '북 아랄해'와 우즈베키스탄 쪽의 '남 아랄해'로 분리됐습니다. 그리고 남 아랄해는 다시 동서로 나눠져 결국 세 개의 호수로 갈라졌습니다. 수면이 내려가다 보니 점점 밑바닥이 드러난 겁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녹슨 배들만이 한때 이곳이 물결 출렁이던 호수였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때 물이 가득하던 호수가 말라버리자 인근 지역의 기후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금기를 머금은 호수 바닥이 강렬한 태양볕에 뜨겁게 달궈지고, 소금 먼지가 모래와 뒤섞여 강풍에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호숫가의 산들바람은 '소금모래폭풍'으로 뒤바뀌었습니다. 원래 목화 농사를 위해 물길을 돌렸던 것이 이제는 목화 재배도 불가능한 상황이 돼 버린 겁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이 지역에 강물을 공급해주는 파미르 고원 지역에 비나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강물의 수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지만, 관개농업을 위해 계속 막대한 용수를 이곳저곳에서 끌어다 쓰면서 호수는 완전히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카자흐스탄 쪽의 북 아랄해는 그나마 코크 아랄 댐을 건설한 덕분에 수량 감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던 편이었습니다. 이 댐은 그동안 남북 아랄해의 수량 유지에 공헌해 왔는데, 올해는 불가항력이었던지 이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남 아랄해의 동쪽 부분이 올해 완전히 말라버리면서 한때 남한 면적의 3분의 2나 됐던 거대한 호수는 원래의 10%도 안 되는 크기로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남 아랄해의 서쪽은 원래부터 수심이 깊은 곳이라 상대적으로 면적 감소 폭이 적은 편이었지만, 호수 전체가 완전히 말라 소금사막으로 바뀌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됐습니다.

풍부한 수자원의 원천이었던 호수가 세계가 주목하는 골칫거리로 바뀌면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호수를 원래대로 복구시키려고 해도 주변이 온통 사막이라 수자원을 끌어올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환경 파괴에 따른 기후 변화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고 극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상엽 기자 scien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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