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훈민정음'을 버렸나

강미선 기자 2014. 9.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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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에 사내 문서SW 'MS워드'로 교체..폐쇄성 한계, 글로벌 협업 강화

[머니투데이 강미선기자][20년만에 사내 문서SW 'MS워드'로 교체…폐쇄성 한계, 글로벌 협업 강화]

30일 정음닷컴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음글로벌' 판매중단 공지글/사진=정음닷컴

삼성전자가 20여년 만에 사내 공식 워드프로세서를 '훈민정음'(현 정음 글로벌)에서 MS(마이크로소프트)의 'MS 워드'로 교체한다고 30일 밝혔다.

글로벌 협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폐쇄적 워드프로세서 환경이 삼성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업계는 이날 발표에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또 하나의 토종SW가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훈민정음' 토종SW 불구 삼성만의 SW로 시장서 실패

삼성전자는 1992년 PC제품용으로 '훈민정음'을 개발, 1994년부터 사내 표준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사용해 왔다. 지난 2005년 통합형 워드 프로세서 형태의 '정음 글로벌'로 진화했고 현재 윈도8버전까지 개발됐다.

하지만 토종SW라는 자존심을 내걸고 사용해온 훈민정음은 삼성그룹 계열사 내부에서만 사용되면서 일반 시장으로 확대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W 공룡인 MS의 워드 시장 점유율이 워낙 높은데다 국내 오피스SW로 MS에 맞서고 있는 한컴(한글과컴퓨터)의 '한글'이 선전하면서 훈민정음이 설 자리가 없었다.

그나마 국내 SW 사용 진작을 위해 농협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훈민정음을 사용해왔지만, 이들 공공기관도 2010년 이후 잇달아 한컴의 '한글' 등으로 공식 문서작성프로그램을 바꾸면서 '훈민정음'은 삼성과 일부 협력사의 전용 워드 SW가 됐다.

훈민정음을 삼성 내부에서만 사용하면서 불만도 잇따랐다. 국내외 협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문서 호환에 불편함이 컸기 때문. 이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는 다른 워드 프로세서 SW를 병행해 사용하면서 이중 작업을 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은 훈민정음이 일단 써서 익숙해지면 매우 우수한 프로그램이란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며 "비호환성 문제도 오히려 그래서 보안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업환경 속 '훈민정음' 고수 어려워…개방·소통 강화 주목

삼성의 워드 플랫폼 교체는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OS의 등장과 스마트 업무환경 구축 영향도 크다. 훈민정음으로는 스마트 기기와의 호환이 어려워 실시간 모바일을 통해 글로벌 협업을 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훈민정음만을 고수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번 워드 SW의 교체로 MS 오피스 엑셀, 파워포인트 등과의 호환이 원활해져 글로벌 협업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결정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가 회동한 지 일주일 만에 발표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MS 워드로 전면 교체하게 되면 MS는 오피스 시장에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삼성전자 측은 "워드 플랫폼 교체는 예전부터 검토해오던 사안"이라며 회동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3개월의 병행 사용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MS워드'를 사용한다. 향후 삼성그룹 전체로 MS 워드 사용이 확산되면 훈민정음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다만 삼성은 훈민정음을 써온 일부 외부 고객에 대해서는 2019년 말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용해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보면 SW 하나를 교체하는 것이지만 문서플랫폼은 조직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삼성이 폐쇄성을 버리고 개방, 소통에 보다 중점을 두는 변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MS 워드'의 '작업 중 문서 변경내용 확인 기능'을 활용해 향후 사내 집단지성시스템 '모자이크(MOSAIC)'에 문서 공동편집 기능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부 임직원 간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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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미선기자 ri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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