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류현진 숨기기 - 매팅리의 PO 전술

스페셜 2014. 9.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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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10월이 코 앞이다. 가을의 고전(Fall Classic)도 곧 개봉된다. 할리우드에서 불과 10분 거리의 다저 스타디움에서도 작품은 상영된다. 상대는 단기전의 절정 고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작년에도 악몽을 겪게 했던 그들이다. 둘의 디비전 시리즈는 4일(한국시간) 시작된다. 그러나 벌써 물 밑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들의 첨예한 대립. 오늘 그 일단을 밝힌다.

드라마의 역사적 배경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 게임을 앞두고 오클랜드 A's의 코칭스태프는 유독 한 선수를 주목하고 있었다. LA 다저스의 외야수 커크 깁슨이었다. 그는 앞선 뉴욕 메츠와 NL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수비중에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한 터였다. 때문에 그의 상태가 궁금했던 A's는 경기전 훈련을 면밀히 관찰해야 했다.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던 그는 수비 훈련은 엄두도 못냈다. 그리고 타격 연습조차도 몇 번 스윙을 하다가 포기해 버렸다.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냈다. A's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예상은 맞아가고 있었다.

4-3. 한점을 앞선 채 9회말 2아웃이 됐다. 철벽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가 완벽하게 경기를 끝내는듯 했다. 그러나 첫번째 대타(마이크 데이비스)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자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감독은 타임을 걸고 두번째 대타의 이름을 심판에게 불러줬다. 커크 깁슨이었다. 어정쩡한 걸음걸이의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다저 스타디움이 술렁거렸다.

걷기조차 힘들다던 그는 연신 고통스러워 하며 에커슬리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상대하고 있었다. 볼카운트 3-2. 또다시 백도어 슬라이더가 외곽에서 돌아들어왔다. 이번에는 깁슨이 아픈 오른쪽 다리를 쑥 들이밀고 스윙했다.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졌다. 중계방송하던 CBS의 캐스터 잭 벅(타계)은 "I don't belive what I just saw.(내가 본 것을 믿을 수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콧수염 사내는 다리를 절뚝이며 베이스를 돌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의 탄생이다. (깁슨, 이 양반 얼마전 애리조나 감독에서 성적부진으로 해고됐다. 안됐다.)

이상한 대사 치는 매팅리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26년간 다저스는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도전은 계속된다. 이번에도 반지 원정대가 꾸려졌다. 그런데 원정대장 돈 매팅리가 며칠 전 이상한 소리를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류현진이 없는 상황도 대비하겠다는 투의 말이었다. 부상 후 처음 불펜에 들어가 30개 정도를 던진 날이었다.

그날 원정대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오늘 던지고 내일 통증이 없다면 다행이다. 그럼 며칠 뒤에 전력으로 한번 던져보고, 그 다음에도 문제 없다면 최소한 시뮬레이션 피칭까지 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PO 등판까지는 앞으로도 넘겨야 할 단계(매팅리는 허들이라고 표현했다)가 많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아직 3선발로 예정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즉 류현진이 없는 상황도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이 얘기는 LA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도 보도됐다.

감독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자 팬들은 혼란스러워졌다. '못 나올 수 있다고?' '그 정도로 심각한가?'. 과연 그런 건가? 그러나 <...구라다>는 감히 이렇게 외친다. 걱정 마시라. 그런 일은 절대 없다. 유명한 사람 말이라고 너무 순수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때로는 구라의 시각이 필요하다. 그럼 전혀 다른 각도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

<...구라다>는 매팅리의 말을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지금 매 감독이 수를 쓰고 있구나.' 뭔 소리냐고? 지금부터 구라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물론 아시다시피 완전히 짐작과 추정으로 이뤄진 글이다. 그냥 속는 셈 치시라. 어차피 돈 드는 일도 아니다.

다저스가 3선발을 포기할 리 없다

사안을 명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떤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중요한 전제를 설정해야 한다. 거기에 입각해서 의미를 파악하고, 해석해야 오류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 경우 절대적인 기준은 '다저스에게 류현진이라는 3선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그들이 카디널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만으로는 확실치 않다. 3선발이 있어야 안정적이다. 그리고 뛰어난 3선발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최대 강점이다. 댄 해런으로는 절대 대체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류현진은 캐스팅 된다.

문제는 회복 속도다. 그렇게 오래 걸리나? 당연히 아니다. 4월 첫번째 어깨 부상 때 24일만에 복귀했다. 이번 부상의 부위나 정도가 당시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병은 9월 13일, 목표하고 있는 PO 3차전은 10월 7일이다. 공교롭게도 또 24일째다. 사람 몸이 항상 같지는 않겠지만, 날짜 상으로는 큰 무리가 없으리라는 계산이다. 또 현재 진행 상황도 나쁘지 않다. 복귀 플랜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 굳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매팅리가 류현진에 대해 이상한 말을 한 것은 이게 다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런 멘트도 했다. "류현진은 루틴이 다른 선수들과 달라서..."라는 애매한 표현이었다. 일반적인 투수들처럼 운동하지 않기 때문에 복귀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언뜻 들으면 재활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는 불만 같기도 하다.

보통 감독은 부상 선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멘트를 하는 게 기본이다. 특히 매팅리의 캐릭터는 더 그렇다. 그런데 왜? 이 중요한 시점에 그런 묘한 말들을 남겼을까. 평소 그의 언행에 미뤄 보면 이건 다분히 다른 의도가 깔린 것이다.

시나리오를 쓰면 이런 거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등판 가능성에 대해 계속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잘 될 것처럼 하다가도, 한번씩 '안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을 일깨운다. 그럼 일단 상대가 헷갈린다. '도대체 나온다는 거야? 못 나온다는 거야?'.

불확실성은 분석과 예측에 있어 최대의 적이다. 카디널스는 유독 스몰볼에 강한 팀이다. 그런 점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다 알게 된다. 필요한 데이터도 그때 준비하면 된다. 하지만 확실한 것과, 짐작해야 하는 것에는 집중력에 차이가 생긴다. 계산서에는 은근한 기대가 무산될 때의 상실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반대로 우리 편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긴가민가 하던 선수가 어렵사리 투혼을 발휘해 출전하게 된다면, 팀워크에 큰 상승작용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커크 깁슨 같은 효과다. 당시 솔로몬으로 비유되던 다저스는 1차전 깁슨의 홈런 한방으로 기선을 잡은 뒤, 골리앗 오클랜드를 4승 1패로 제압했다. 다저스나 매팅리로서는 굳이 류현진의 3차전 등판 가능성을 (외부적으로) 조기에 확정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대한 활용하는 게 득이다.

단기전 승부는 사소한 것들의 집합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 심리전의 주연 배우로 캐스팅 된 류현진의 연기력(?)이다. 그는 27일 첫 불펜 투구 때 변화구 4, 5개를 연거푸 땅바닥에 패대기 쳤다. 마치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어?, 어랏?' 하는 효과음까지 발휘하면서. 그리고 29일 불펜 피칭에서는 테스트 삼아 타석에 선 매팅리를 맞힐 뻔하기도 했다.

게다가 전력 피칭을 했다면서도 직구 스피드가 84~85마일 밖에 나오지 않았다. 매팅리는 굳이 이를 공개하면서 "본래 불펜에서는 그 정도면 된다"는 이상한 논리까지 내세웠다. 약점을 일부러 노출시킨다? 허허실실 전법이다.

물론 모두 의도적인 것은 아니리라. 그랬다면 오스카상 감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정보는 고스란히 카디널스에 전달됐을 것이고, 그들은 지금쯤 갸우뚱거리며 그 해석에 골치 꽤나 아플 것이다.

혹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지 모른다. '에이 별 거 아닌 거 가지고', '그까짓 게 뭐 대단하다고'. 그러나 천만에. 단기전은 그런 쓸데없고, 사소한 것들의 집합이 승패를 결정한다.

류현진의 부상은 다저스에게 악재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인생은 돌고 도는 법. 악재는 호재와 그리 멀지 않은 관계다. 그걸 아는 매팅리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각본 연출 : 매팅리, 주연 : 류현진의 서스펜스 드라마는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주연 배우는 이렇게 읊조릴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12개의 슬라이더가 남아 있사옵니다." "전군, 출정하라."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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