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차이나 쇼크] [1] 中특수(特需)에 웃던 한국제조업, 中역풍(逆風)에 울다

백강녕 기자 2014. 9.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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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수출 의존했던 한국기업 中토종기업이 제품 쏟아내자 팔 곳 없어 공장 가동도 중단

2000년대 이후 중국은 한국 제조업체의 탈출구이자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돈과 사람들도 중국으로 물밀듯 밀려 들어갔다.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습득한 중국 제조업체는 우리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을 정도다. 중국 위안화와 관광객은 서울과 제주도의 골목골목을 파고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중국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해본다.

지난 26일 오전 10시쯤 울산시 남구 처용로의 SK유화 공장 앞. 도로에는 지나가는 트럭 하나 없었고 사무실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멈춰버린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합성섬유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를 생산하는 SK유화가 올 7월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탓이다. 이 회사의 임구하 생산팀장은 "중국에서 관련 제품이 쏟아지는 바람에 팔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국내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였다. 1970~80년대는 내수(內需)로, 2000년대부터는 중국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유는 하나,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의 45% 정도를 중국 시장에서 팔았다. 중국이 최대 시장(市場)이자, 원군(援軍)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면서 정반대가 됐다. 일례로 지난해 93%였던 중국의 PTA 자급률은 올해 100%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엔 '재앙(災殃)' 같은 상황이다. 삼성종합화학·롯데케미칼·SK유화·효성 등은 PTA 한 품목으로 2011년 37억달러(약 4조원)어치를 중국에 수출했지만 올해는 8억달러를 밑돌 게 확실하다.

2000년 이후 한국 경제는 '중국발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려 왔다. 중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대중(對中) 수출도 급증했다. 최근 이런 패러다임이 거꾸로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제조 역량이 급성장하고 생산 능력이 늘면서 중국이 한국 제조업 기반을 뒤흔드는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

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1~2년 사이 조선·중공업·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분야의 국내 대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와 경영난에 빠져드는 근저(根底)에는 중국 제조업의 굴기(�起)가 있다"고 말했다. 상승일로를 걷던 대중(對中) 수출도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1~8월 대중 수출은 885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첨단 산업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1월 삼성전자의 중국 모바일 마케팅팀은 삼성그룹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삼성인상'이 만들어진 지 20년 만에 팀 전체가 수상자로 뽑힌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 스마트폰이 세계시장 1위(점유율 기준)를 달성하는 데 매년 매출 실적을 두 배씩 늘린 이 팀의 눈부신 선전(善戰)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 책임을 물어 중국 모바일 마케팅팀장을 교체했다.

'축복의 땅'이던 중국 시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쇼크'의 진원지로 돌변한 것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 2분기 70만대나 감소했고, 삼성전자는 중·저가 토종 브랜드인 샤오미(小米)에 밀려 2위가 됐다. 창업한 지 4년도 안 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느라 실적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을 중국삼성의 한 관계자는 "영웅이 4개월 만에 악당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의 충격파가 광속도(光速度)로 한국 기업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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