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의 절대강자 '이란축구의 몰락'

입력 2014. 9. 24. 06:43 수정 2014. 9. 2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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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AG서 '금4·은2·동1' 휩쓴 강팀베트남에 패·키르기스스탄에 무승부조별리그 벽 넘지 못하고 조기 귀국길

이란남자축구는 아시안게임의 영원한 강자였다. 물론 A대표팀 레벨에서도 꾸준히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아시안게임에서의 족적은 훨씬 깊고 뚜렷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은 무려 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가운데 4차례가 우승이었고,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한국과도 악연이 있었다. 특히 2002년 부산대회는 우리에게 최악의 기억을 안겨줬다.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당시 대회 4강전에서 이란은 승부차기로 한국을 제압한 뒤 정상을 밟았다. 1998년 방콕대회에 이은 2연패였다. 이란은 1990년 베이징대회와 자국에서 열린 1974년 대회도 휩쓸었을 만큼 아시안게임에 강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이란은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예상이 깨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좀더 냉정히 말한다면 대회다운 대회를 경험하지도 못했다. 역대 최상의 조(H조)에 속한 데다, 3경기가 아닌 2경기만 치르도록 돼 있어 토너먼트(16강∼결승)를 앞두고 체력까지 비축할 수 있었지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란은 15일 베트남에 1-4로 대패한 뒤 18일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에선 1-1로 비겼다. 22일 베트남이 키르기스스탄을 1-0으로 눌렀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란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후 4일간 가시방석에 앉아 숙소인 인천 구월동 아시아드 선수촌과 인천환경공단 승기사업소 내 훈련장을 오가며 시간만 보내다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더욱 눈길을 끈 대목은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이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을 이끌고 2010시즌 정규리그를 제패한 포르투갈 출신 넬로 빙가다 감독이란 사실. 과거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직이 공석일 때 후보로 거론된 빙가다 감독은 불과 1년여 만에 FC서울을 떠났을 때처럼, 이번에도 일찌감치 한국을 떠나야 했다.

페르시아풋볼 등 복수의 이란 매체는 안일한 마음가짐과 허술한 준비, 미흡한 정보 분석 등을 몰락의 이유로 꼽으며 23세 이하 선수들을 향한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스스로가 아닌, 남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맡겨야 했던 아픔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실망스럽고 슬프다"며 비통함을 드러낸 빙가다 감독의 코멘트는 지금 이 순간, 이란국민의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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