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9조? 삼성, 한전부지 입찰가 '끝없는 뒷말'

최연진 2014. 9. 24.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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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현대자동차가 10조5,500억원에 낙찰 받은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둘러싸고 과연 삼성전자는 입찰가를 얼마나 썼을지 뒷말이 무성하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입찰가 소문은 4조원에서 9조원까지 무려 2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날 삼성 고위 관계자가 입찰가를 약 4조7,000억원으로 밝혔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삼성은 이에 대해 "여러 억측 중 하나일 뿐"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삼성 입찰가에 두 배가 넘는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낙찰 받은 셈이 된다.

삼성 입찰가를 5조원 이하로 보는 쪽에서는 삼성이 무리한 베팅을 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에 주목한다. 삼성이 한전 부지 바로 뒤에 위치한 서울의료원 부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감정가 3조3,000억원인 한전 부지에 5조원 이상을 써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주장이다. 삼성이 서울의료원 부지 바로 옆에 한국감정원 땅을 소유한 만큼 연계해서 개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한전 부지에 지나친 베팅을 하기 힘들다. 현대차도 한전 부지를 거액에 낙찰 받은 상황이어서 서울의료원 부지 매입에 추가로 뛰어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9조원 설은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입찰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감정가(3조8,000억원)의 2배가 넘는 8조원을 써내 낙찰 받은 것에서 비롯된다. 당시에도 현대차 그룹과 경쟁했다는 점에서 삼성 현대 모두 '8조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추론이다. 게다가 삼성 수뇌부들이 인수자 발표 직전까지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5조원 미만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낙찰을 꼭 원한다면 대개 감정가의 2배 이상 입찰하는 게 관행"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삼성도 7조원 이상을 써냈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동 주변 부동산업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이 9조원 이상을 썼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 경제개혁연대는 22일 "현대가 지나치게 높은 입찰가를 써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한 3개 회사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해 입찰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인 삼성은 함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미 끝난 마당에 입찰 가격 공개는 의미가 없다"며 "입찰가를 밝히는 것은 낙찰 받은 기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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