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중년男.. 4050 자살률 1년 새 10%↑

고찬유 2014. 9. 24. 04: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직·사업실패로 극단 선택 급증…매일 男 27명·女 12명 목숨 끊어

OECD 평균의 2배 압도적 1위, 남성자살률이 여성의 2배 넘어

우리나라 남성, 특히 중년의 삶이 위태롭다. 몸은 늙어가는데 가장으로 떠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짓누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40대 남성 비율이 1년 새 10%나 늘어났다. 지난해 여성 자살자는 전년보다 줄어 4,000명선을 유지한 반면, 남성 자살은 오히려 늘어 1만 명을 넘어섰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숨진 사람은 남성이 1만60명, 여성이 4,367명 등 1만4,427명으로 전년보다 267명(1.9%) 늘었다. 매일 남성은 27.5명, 여성은 1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8.5명으로 전년대비 0.4명(1.5%) 늘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6.0명(26.5%) 증가했다. 특히 남성 자살률(39.8명)은 전년보다 4.2% 증가한 반면, 여성(17.3명)은 4.2% 줄었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3배 높은 것이다.

연령별 자살률은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의 경우 40대 자살률(47.2명)은 전년보다 무려 9.9%나 늘었고, 50대(58.0명)는 8.9%, 30대(36.4명)는 5.4%로 평균(4.2%)을 훌쩍 웃돌았다. 중장년층 남성들의 자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40대 여성 자살률(17.8명)은 2.9% 감소했다.

전체적인 자살률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2003년 22.6명이던 자살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1.0명,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으로 치솟다가 2012년 28.1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28.5명) 다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압도적 1위다. OECD 평균은 12.1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데다, 상대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일본(20.9명) 폴란드(15.7명)와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다.

남성, 특히 중년이 자살을 많이 택하는 이유는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크다는데 있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직이나 사업실패 등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하면 그간 돈을 번다는 핑계로 소원하게 지내던 가족들로부터 해결책을 얻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윤진 중앙자살예방센터 팀장은 "남성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면서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전문의료진 등에게 상담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또 남성들의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발간한 자살예방보고서에서 "특히 선진국에서 자살하는 남성 숫자가 여성보다 세배 높았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실행으로 옮기는 건 남성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이라 불리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 전년도에 이어 전체 사인(死因)의 절반 가까이(47.4%)를 차지하며 사망원인 1~3위를 기록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149.0명, 뇌혈관 질환 50.3명, 심장 질환 50.2명의 순이었다.

연령별 사망원인은 10, 20대가 자살→운수사고→ 암, 30대는 자살→암→운수사고 순이었고,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암이 1위였다. 암으로 인한 사망 중에는 폐암(34.0명) 간암(22.6명) 위암(18.2명) 순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특히 폐렴은 사망률이 15.6명으로 전년보다 4.4%, 10년 전보다 272.7%나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이 걸리기 쉬운 폐렴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나연 인턴기자(경희대 호텔관광과 4)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