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앞 삼성전자, 실적 3년前으로 돌아가나

강동철 기자 2014. 9.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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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4兆원대로 추락 전망] 갤럭시S3 인기에 대량 생산 돌입.. 신제품은 계속 생산, 재고는 쌓여 이 와중에 베트남 공장 가동 시작.. 공장 놀려야 할 상황 닥칠 수도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올 2분기보다도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7000억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같은 날 나온 현대증권의 전망치는 4조2000억원으로 더 낮았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 5조원 깨질 듯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 영업이익이 분기마다 1조∼2조원씩 떨어졌다. 3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지면 1년 만에 반 토막보다 더 줄어드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5조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3년 전인 2011년 4분기(4조7000억원)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다음 달 7일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회사 이익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출시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물량 부족 사태를 겪었다. 그래서 이전 모델보다 항상 높은 판매량을 목표로 세우고, 물량 부족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해 미리 대량생산까지 했다. 하지만 갤럭시S4 이후 판매량 상승 곡선이 크게 꺾인 상황에서도 이 전략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재고가 급격히 늘어났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6개월에 한 번씩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그 사이사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계속 내고 있어 모델 교체(스위칭) 기간이 짧다. 신제품이 계속 나오지만, 구형은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인 것이 '폭탄'으로 터진 것이다. 동부증권 유의형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재고를 털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을 늘리다 보니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중국·인도 시장에서의 부진도 실적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재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인도 시장에 구형·중저가 스마트폰을 대거 뿌렸다. 하지만 중국의 샤오미·화웨이·레노버와 인도 마이크로맥스 등 현지 업체들이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삼성보다 훨씬 싼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경쟁에서 밀리게 됐고, 그렇다 보니 재고 처리가 더 어려워졌다.

삼성증권 황민성 애널리스트는 "기대를 훨씬 넘어버린 애플 아이폰6의 예약주문 현황을 보면 삼성의 스마트폰이 소비자에게 더는 어필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은 비용이 많이 드는 판촉 마케팅보다는 제품 가격 자체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신화 벗어나 신사업 발굴해야

삼성에는 악재가 더 남아있다. 스마트폰이 한창 잘될 때 지은 베트남 옌빈의 제2 휴대폰 공장이 올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연간 1억20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막대한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장 일부를 놀려야 할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효자 역할을 해온 생활가전·TV 부문도 하반기에는 부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특히 브라질월드컵이라는 호재가 오히려 하반기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TV 교체 수요가 상반기에 몰렸기 때문. '아랫돌 빼서 윗돌 괸 격'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비상 경영을 외치며 비용 절감, 인력조정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실적 악화는 구조적인 문제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루빨리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스마트폰은 앞으로 PC 시장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었던 조립형 PC처럼 스마트폰도 완제품 대신 조립품이 대세가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미 2∼3년 전부터 새로운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했는데, 스마트폰의 성공 때문에 위기감이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지금이라도 스마트폰에 투입하는 비용을 줄이고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생산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마케팅 비용을 무리하게 써가며 재고 판매에 나서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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