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0년]성과 있었지만 피해 여성 보호 한계도

박용하 기자 2014. 9. 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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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쟁점과 평가

성매매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2004년 제정된 이후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성매매 업소들을 음지로 몰아갔고, 성매매 피해 여성을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 특별법 효과, 집결지에 한정 키스방 등 변종업소 증가'풍선효과'로 실효성 논란

▲ 정부, 법 집행의지 떨어지고 처벌도 '성 구매' 남성보다'성매매' 여성에게 더 많아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제정 당시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비해 성매매 관련자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성매매 강요 업주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었다.

처벌 강화로 성매매 업소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2002년과 2007년, 2010년 각각 실시된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특별법 시행 효과는 집결지에 한정됐다. 집결지 업소들은 2002년 2938곳에서 2010년 1806곳으로 줄었다. 연간 거래규모도 2002년 1조8318억원에서 2010년 5765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휴게방·키스방 등 변종 성매매 업소와 인터넷 성매매는 꾸준히 증가해 2010년 기준 거래규모가 6463억원에 달했다. 연간 성매매 산업 규모 6조6267억원의 9.8%로 집결지 등 전통적 성매매를 뛰어넘는 수치다. 특별법이 음지의 성매매 산업을 더 키웠다는 소위 '풍선효과' 주장이 제기됐다.

풍선효과는 증명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성매매 산업 확대는 신·변종 업소 증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터넷 성매매 같은 여러 요소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는 "기존에 성매매 알선업소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룸살롱 같은 유흥주점도 2004년 2만9000여개에서 2009년 3만400여개로 늘어났다"며 "성매매 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현상은 특별법 영향이라기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성매매 욕구가 낳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현재의 실효성 없는 단속이 문제를 키웠다고 말한다. 경찰청이 지난해 1월 공개한 '성매매 사범 단속현황'에 따르면 성매매 관련 검거인원은 특별법 시행 이후 2009년 7만3000여명까지 증가했지만 2010년 3만1200여명, 2012년 2만11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교수는 "성산업은 증가하는데 성매매 사범은 감소하는 현상은 정부의 법 집행 의지와 적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상황에서 풍선효과를 키운다며 특별법 자체만을 문제시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법적 보호 측면에서도 특별법 평가는 엇갈린다. 특별법은 당초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에 대한 우려와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업주의 불법행위를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성매매 관련 채권을 무효로 하고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었다. 특별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측에서는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됐으며, 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란 법적 지위를 얻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성매매 여성들이 업주를 신고하거나 단속에 적발됐을 때 자신이 비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하게 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도리어 처벌받기 십상이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52)는 "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비자발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며 "또 업주에게 빚진 선불금이 있으면 도리어 사기죄로 역고소 당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처벌되는 비율도 '성구매' 남성보다 '성판매' 여성이 높다. 이나영 교수가 입수한 경찰청의 2013년 내부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3년간 피의자 신분의 성매매 여성 중 실제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23.2%였지만, 성구매 남성의 기소율은 17.3%였다. 이 교수는 "처벌받은 남성 중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단순 기소유예에 그치거나 약식명령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처벌 일관성마저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이 피해 여성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여러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 를 꾸준히 제안했다. 성판매자에 대해서는 일관적으로 처벌을 면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올해 1월에는 성판매자와 성구매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특별법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 정미례 대표는 "여성들만 처벌받지 않도록 법을 고치면 남녀 간의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것이고, 자칫 성매매에 대한 처벌 자체를 하지 말라는 방향으로 논의가 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성구매 남성 처벌 강화라든지, 성매매 여성을 법적으로 돕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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