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덩치만 키운 금융지주.. 무용론 비등

2014. 9. 23. 21: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사 체제개편 13년.. 구조 개혁 목소리

"은행업에 집중된 금융 산업을 재편해 글로벌 금융그룹을 육성하자." 2000년대 들어 은행·증권·보험 등이 한지붕 아래 모인 금융지주 체제의 장점이 부각되며 주요 금융사들은 지주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그러나 13년이 흐른 지금, 지주사 대부분이 수익의 60% 이상을 은행에서 내고 있어 금융지주 출범 취지는 무색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지주 회장 해임과 은행장의 사퇴로 막을 내린 KB사태가 보여주듯 금융지주 체제가 내부 갈등만 키워 되레 조직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덩치만 키운 금융지주사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수익의 60% 이상을 은행에서 냈다. 우리 199.1%, 하나 78.6%, KB 65.6%, 신한 64.8%로 그나마 비은행부문의 비중이 큰 걸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조차도 60%를 웃돈다.

금융지주 체제의 목표로 내세웠던 업종 다각화와 글로벌화 중 세계 진출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의 해외 수익 비중은 2∼6%로, 70%에 이르는 스위스 금융그룹 UBS, 50%가 넘는 일본 도쿄미쓰비시UFJ은행, 30∼40%에 이르는 미국 씨티은행 등 글로벌 기업에 견주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실적 미달에도 지주사의 덩치는 점점 비대해졌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임원 보수 31억원, 직원 급여 164억원 등 인건비로 총 195억원을 지출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에게 부여한 성과연동주식을 합하면 200억원이 훌쩍 넘는다. 2008년 금융지주 체제 출범 다음 해인 2009년에는 직원 수 100명, 인건비 121억원이었지만 4년 만에 151명, 19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반해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 직원 수는 같은 기간 2만5900여명에서 2만1700여명으로 4000명 이상 줄었다.

다른 금융지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2001년 금융지주 체제를 구축한 신한금융은 2002년 말 직원 수 56명, 인건비 65억원에서 지난해 말 148명, 164억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만 규모가 줄었을 뿐이다. 최근 1년간 수천명의 직원이 명예퇴직하는 등 은행권 구조조정 와중에도 금융지주의 몸집은 되레 불어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KB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한 가운데 신제윤 금융위원장(왼쪽부터)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임 회장이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금융위 건물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재문 기자

◆금융지주사 무용론 비등

최근 지주 출범 후 회장·은행장 갈등이 반복된 사례가 부각되며 금융지주사 무용론이 비등하고 있다. KB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해 비용을 줄이고 지배구조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은행 비중이 워낙 커 윗선의 간섭을 피하려는 은행장과 최고 수장으로서 전략을 펴려는 회장 간 갈등이 반복됐다"며 "미국은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정도만 그룹 체제를 구축하고 있을 뿐 각 금융분야의 전문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글로벌 금융그룹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관치 금융과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국내영업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금융지주사가 왜 정답인 것처럼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주사 무용론을 강조했다.

이런 목소리에 힘입어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둔 KB금융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내에선 금융지주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라며 "KB금융의 일부 소액주주들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고 향후 주주이익 침해 결정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이 보장한 소액주주 권리를 최대한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