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집 사장 꿈 접고 한국서 배우 될까봐요"

입력 2014. 9. 23. 19:00 수정 2014. 9.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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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다큐 '60만번의 트라이' 황상현·김옥희

일 조선학교 럭비부 다큐 속 그들불고기집 직원·대학생 돼서 방한"윗세대가 지킨 '우리 학교' 지킬 것세월호 아픔 느끼며 노란리본 달아"

일본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럭비부의 분투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60만번의 트라이>(18일 개봉)가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 21일까지 누적 관객 8335명을 모으며 지난주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에서 <비긴 어게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런 수치로는 잴 수 없는 큰 감동을 느꼈다는 관람 후기도 잇따른다. 2007년 일본 내 조선학교의 실상을 알리며 큰 반향을 일으킨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영화에 실제로 출연했던 황상현·김옥희씨를 지난 19일 만났다. 박사유·박돈사 공동감독과 함께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에 왔다. 영화 속 시점인 2010년 고3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재치있는 말과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후보 선수 '상현'은 동포가 운영하는 대형 불고기 체인점 직원이 됐고, 럭비부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뒷바라지를 했던 매니저 '옥희'는 이제 대학 졸업반이라고 했다.

오사카 조고 럭비부는 일본 최고 권위의 전국대회 '하나조노'에서 2년 연속 4강에 올랐다. 우승까지도 넘본 막강한 실력의 비결을 묻자 상현이 답했다. "우리가 잘하면 동포 아버지·어머니들께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후배들도 전통을 이어 8강까지 올랐죠." 60만 재일동포를 대표한다는 마음이 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든 듯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영화에도 담겼듯이 2010년부터 시행한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만 제외한 게 대표적이다. 이런 차별과 탄압 속에 한때 160곳이었던 조선학교는 64곳으로 줄었다. 상현은 "윗세대 동포 어르신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만들고 지켜온 '우리 학교'를 우리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말, 우리 문화, 민족적 자부심…, 일본학교에 다녔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배우고 느꼈어요. 한국에 와보니 많은 분들이 영화는 물론 재일동포 사회와 조선학교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옥희)

옥희는 이번이 세번째 한국 방문이다. 상현은 처음이다. "럭비부 감독님과 많은 친구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분단 이전 한반도를 의미하는 조선을 국적으로 택한 '조선적' 재일동포의 입국을 우리 정부가 막고 있기 때문이다. 상현은 "한국에 처음 와보니 미인이 많아서 좋다. 불고기집 사장님이 꿈이었는데, 이제는 여기서 인기 배우가 되는 걸로 꿈을 바꿨다"며 웃었다. 옥희는 "동포들이 자유롭게 와서 넓은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 가슴이 참 아프고 아직도 해결 안 됐다는 사실에 화가 나요. 동포 사회에서도 다들 가슴 아파하고 답답해해요. 영화 무대인사 때 이렇게 노란 리본을 달고 나가면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리본을 달았어요. 동포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옥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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