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진부해" 신흥 명품에 우르르..고개 떨군 '시계의 제왕'

2014. 9. 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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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독특한 뉴럭셔리 브랜드 새 강자로바쉐론콘스탄틴·위블로 등 신흥 고가시계 '쑥'샤넬·루이비통 위상 하락에 중고시장 쏟아져

◆ 요동치는 한국 명품시장 ① 영원한 강자는 없다 ◆

국내 명품시장의 판도 변화는 거의 모든 상품군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통의 명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팔리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고가 수입시계 시장이다. 롤렉스 등 전통 시계 브랜드의 백화점 매출상승폭은 갈수록 크게 줄어드는 반면 위블로, 바쉐론콘스탄틴 등 한국 시장에선 신흥 명품시계로 통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 전통시계 고루한 이미지 못 벗어 A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8월 이 백화점 내 롤렉스 매장의 시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고작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A백화점의 전년 대비 롤렉스 매출성장률이 2011년 28.6%, 2012년 19.8%, 지난해 5.6% 등으로 해마다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롤렉스와 유사하게 1000만원대 주력 상품을 내놓는 오메가, 까르띠에, IWC 등 후순위 주자들은 올해 1~8월 A백화점에서 각각 31.5%, 13%, 15.8%씩 매출이 늘었다. 심지어 이들보다 가격대가 2000만원대로 더 높으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최근 인지도를 넓히고 있는 위블로(10.1%)와 바쉐론콘스탄틴(33%) 같은 시계 역시 두 자릿수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며 기존 브랜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물론 롤렉스는 백화점 내 점포당 매출 기준으로 여전히 한국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한국지사 전체 매출도 2012년보다 10% 늘어난 859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수입시계 시장 파이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지고 신흥 브랜드가 많이 유입되면서 롤렉스 같은 1위 브랜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 시계가 백화점에 속속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난 데다 신흥 시계제품 가격대가 더 높아도 명품시계를 자주 소비하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있다"며 "명품시계에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추구하려는 소비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전통 시계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백화점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전통 시계보다 가격대가 월등히 높은 2000만~3000만원대 초고가 신흥 브랜드 위주로 서울 점포 매장을 꾸몄다. 특히 이 백화점은 올해부터 파텍필립, 브레게, 오데마피게, 바쉐론콘스탄틴 등 4대 명품시계(가격대 기준) 매장을 모두 운영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B백화점 측은 "전통 클래식 시계는 매출증가폭이 작은 반면 신흥 명품시계는 값이 비싸더라도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하이엔드급 시계여서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C백화점에서도 올해 1~8월 시계 매출액은 롤렉스, 까르띠에, IWC, 오메가, 태그호이어 순으로 높지만 한 자릿수 매출성장률을 보인 롤렉스에 비해 2위 까르띠에는 작년보다 10% 이상 매출이 늘었다.

◆ 너도나도 보유 '3초백' 인기 뚝

명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의류ㆍ잡화 부문 블루칩 3인방으로 통했던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조차 요즘에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3초백'(한국에선 3초마다 한 번씩 볼 수 있어 그만큼 흔해진 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은 최근까지 3년 넘게 주요 백화점마다 매출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사재기 효과를 유도했던 샤넬도 A백화점에서 올해 1~8월 영업기간 중 절반이나 마이너스 매출을 냈다. 나머지 달도 1~2%대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을 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샤넬 제품은 그동안 가격에 상관없이 잘 팔렸지만 올해 들어 마이너스 매출을 내는 점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몇 년 전 루이비통에서 나타났던 현상인데 샤넬도 시장에 많이 깔리면서 '3초백' 대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루이비통은 B백화점에서 올 1ㆍ2월을 제외하고 6개월 연속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심지어 두 자릿수대 역신장을 기록한 달도 있었다. 에르메스는 주요 백화점에서 두 자릿수대 매출성장률을 내고 있지만 핵심 아이템인 버킨백과 켈리백의 국내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희소가치가 떨어지면 향후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더 큰 위기를 좌초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특히 샤넬과 에르메스 제품은 최근 중고판매점으로도 쏟아져 나오면서 전통 명품의 위상 하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송지혜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고가 명품을 주로 사는 30대 후반~40대 초반 소비자가 교육비 지출과 노후 대비 등의 이유로 값비싼 전통 명품 소비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뉴럭셔리 패션 매출 껑충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이색 디자인으로 무장한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들은 뉴럭셔리로도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명품 부문 매출성장률은 2012년까지만 해도 19.4%로 컨템포러리 패션 부문의 15.3%를 앞섰지만 지난해 12.4%로 줄어든 뒤 올해도 1~9월 현재까지 11.2%를 기록 중이다. 반면 컨템포러리 패션은 지난해 22.8%로 명품 부문 성장률을 꺾은 뒤 올해도 1~9월 23.8%로 고공 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에 위치한 쟈딕앤볼테르 매장의 경우 월평균 3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이 백화점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해당 백화점은 톰그레이하운드, 무이, PH3.0 등 아예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만 따로 모은 편집숍까지 주요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컨템포러리 패션의 주된 구매연령층은 30ㆍ40대였지만 최근에는 연령대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며 "전통 명품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해줄 수 있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미 기자 /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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