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 끝 배우자 살해' 복지 사각지대 놓인 노부부

2014. 9. 2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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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는 홀몸노인과 같아"..공동체 의식 회복해야

"노부부는 홀몸노인과 같아"…공동체 의식 회복해야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오랜 병간호 끝에 배우자를 살해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 사회 복지서비스가 늘어나고 다양해졌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 "수발에 지쳐" 가족살해 올해만 3건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한 주택에서 문모(72)씨가 둔기로 아내(70)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했다.

추석을 맞아 타지에서 찾아온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간 직후였다.

문씨는 30년간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를 수발했다.

그는 자살 기도 후 치료를 받다가 아들에게 "미안하다. 엄마랑 같이 (저 세상에) 가려고 그랬다"라고 말한 뒤 경찰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지난 2월에도 대구 수성구에서 아내(60)가 목디스크로 지체장애 3급을 판정받은 남편(66)을 20년간 간호해오다가 목졸라 살해했다.

아내는 경찰에서 "20년간 뒷바라지를 했는데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돌보는데 지쳤다"고 진술했다.

지난 4월에는 울산 울주군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54)를 딸(33)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딸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3년 동안 혼자 간호하며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어머니에게 치매약을 복용했냐고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자 화가나서 같이 죽자고 말하며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 "공동체 회복…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기초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역할 확대를 강조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3일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소득에 상관없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만 받으면 하루 4시간 복지사의 방문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정보가 부족한 많은 노인들은 이런 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는 전국 600만 노인 가운데 35만명이 등록,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서비스 이용을 신청하도록 하고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도 간혹 생긴다는 설명이다.

양 교수는 "구·군 단위로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민간사회복지 기관은 대행에 불과한 데도 지자체가 그 역할을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며 "서울 노원구의 경우 공무원들이 2만명 노인을 모두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계 기관들은 홈페이지에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써놓았다고 설명하지만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은 복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홀몸노인 복지에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노인부부 가구는 홀몸노인과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며 "덜 아픈 노인이 더 아픈 노인을 간호하다가 되레 소진돼 장기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공동체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아닌 지역주민이 부업처럼 아침·저녁 하루 두차례씩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복지 취약 계층을 돌본다.

김영화 경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협력이 필요하다"며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자각하고 아파트 관리인처럼 한 지역의 노인관리인을 둬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존감이 강한 노부부의 경우 자신들의 문제를 자식들에게 잘 알리지 않는다"라면서 "외로움·격리 등 문제 상황을 둘만 공유하다가 동반 자살하는 상황에 직면하는데 공동체에서 해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복지혜택의 법적인 요건을 못갖춘 노인들도 많다"며 현실에 부합하는 법개정을 강조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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