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역도] '남한말도 통역이 필요?' 북한의 이색 인터뷰

2014. 9. 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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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서정환 기자] 북한 선수가 남한 기자의 질문을 알아듣는데 통역이 필요한 것일까.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휩쓴 북한 역도의 엄윤철(23)과 김은국(26)은 23일 오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엄윤철은 20일 치러진 역도 남자 56kg급에서 인상(Snatch) 128kg과 용상(Clean and Jerk) 세계신기록 170kg, 합계 298kg을 들어 올려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1일 남자 62kg급의 김은국은 인상 154kg, 용상 178kg으로 합계 332kg을 들어 올려 역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금메달을 딴 직후 공식인터뷰도 거절했었다. 하지만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면서 공식스폰서 'TISSOT'이 주최하는 공식인터뷰에 참가해야만 했다. 그간 북한 선수들이 왜 인터뷰를 거절했었는지 이날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보통 기자회견에는 선수만 참여하고 통역은 조직위원회의 전문통역사가 맡는다. 하지만 북한은 달랐다. 영어통역까지 본인들이 직접 책임졌다. 한국말이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표현문제로 시비가 생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바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었다. 북측은 김정은을 가리켜 국가원수를 뜻하는 마샬(marshal)이란 표현을 썼다. 김정은이 지휘관(commander) 등으로 격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표현으로 외교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회견 중 한국 기자가 북한 선수로서 남한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것이 특별한 기분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한국말을 들은 통역사가 재차 선수들에게 질문을 전달했다. 소리가 작거나 질문내용을 못 알아듣기 때문은 아니었다. 엄윤철과 김은국은 모두 남한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서 질문 내용이 다르게 전달이 됐다. 이에 해당 기자가 북한 선수에게 재차 영어로 질문을 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질문을 받은 엄윤철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뭐든지 사상이 행동을 결정한다. 앞으로도 실천적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라며 횡설수설 했다. 민감한 질문을 받아 넘긴 것.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의 외신기자는 "북한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은국은 "우리는 더 바라는 것이 없다. 최고사령관 김정은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고 전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것이 행복이자 자랑이다. 앞으로 그것을 위해 더 많은 기록을 내고 훈련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남한과 북한은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말을 구사했다. 남과 북이 소통하는데 통역이 필요한 이유였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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