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윤 기자의 사건 비하인드] 내부고발자 김부선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강경윤 기자 입력 2014. 9. 23. 11:35 수정 2014. 9. 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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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l 강경윤 기자] 배우 김부선이 외친 '아파트 난방비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지 열흘이 지났다. 스크린 쿼터, 미선이 효순이 사건, 故김선일 씨 피살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거침없이 소신을 밝히며 목소리를 내왔던 김부선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난방비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를 낸 건 지극히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이번 사안이 과거와 다른 점은, 김부선이 사회적 전반의 이슈가 아닌 자신이 속한 지역 공동체의 비리의 속살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점이다. 2년 여 전 김부선은 자신이 사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 난방비에서 극단적인 편차가 나는 점을 수상히 여겨 2년 넘게 '취재'해 진실에 근접했다. 김부선과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 감사를 통해 시정명령을 받아내 H아파트의 난방비리를 사실로 밝혀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부선은 지난 12일 이웃과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극단적 갈등 상황까지 맞으면서 '난방비리'를 세상에 공개했다.

말하자면 김부선은 H아파트의 내부고발자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를 자처한 셈이었다. JTBC가 이 사건을 '폭행 사건'으로 최초보도했을 때 김부선은 '폭행'을 저지른 파렴치범으로 비난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싸움의 원인이 해묵은 '난방비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달라졌다. 많은 이들은 입주 공동체까지 침투한 도덕적 해이에 분노했고, 김부선을 '난방 열사'라고까지 칭하며 뜨거운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휘슬블로어 김부선의 외로운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폭력사태가 벌어진 지난 12일부터 김부선에게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 취재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부선은 "오랜만에 지상파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필요한 모든 입장은 SNS에 정리해 올려두겠다."고 했지만 이는 더 뜨거운 취재경쟁만 부추긴 셈이 됐다.

H아파트의 주민회의실과 지하주차장, 현관 앞 등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까지 취재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 연기자 김부선에게 드라마 촬영은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인데도, 내부고발을 한 김부선에 모든 관심이 집중됨으로 써 김부선이 생계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난방비리' 후폭풍에 홀로 맞서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 21일 김부선은 자신의 SNS에 "언론사 기자분들께"라는 글을 올려서 공식적으로 인터뷰 거절을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부선에 따르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나오면 좋을 게 없다."며 취재진의 부담스러운 회유가 계속되고 있다. 김부선은 "내부비리를 고발한 사람에게조차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취재를 강요 당하고 사생활을 파헤쳐지는 현실이 괴롭다."고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큰 고통은 고발자를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는 각종 루머들이다. SBS 드라마 '모던파머' 촬영 차 김부선이 집을 비운 사이, 일부 주민들이 언론매체에 "김부선이 상습적으로 난방비를 적게 냈다."고 알렸고, 이 소문은 어느덧 사실처럼 부풀려졌다.

이런 루머에 대해서 김부선은 "지난 겨울 난방용 열량계 배터리가 고장 나서 바로 관리소에 달려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당시 '난방비리'를 취재하던 일요시사 기자에게도 이를 알리면서 자료사진으로 찍어가라고 했다. 그런데 소장이 곧 개별난방으로 전환되니 아깝게 교체비용 20만원을 들이지 말고 전년도 기준으로 난방비를 부과하겠다고 해 알았다고 한 것이 나 역시 '파렴치한 난방도둑'으로 몰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부선은 "수년간 도열한 사람들을 찾으려다가 졸지에 내가 난방 도둑으로 몰리게 생겼다."면서 한탄했다.

또 H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김부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일방적으로 난방 도둑으로 몰렸고, 김부선에 의해 동호수가 노출됐다."며 명예훼손 소송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선은 "공익을 위해서 난방비 '0원'의 호수를 밝힌 것이 왜 사생활 침해가 되는지 모르겠다. 수년에 걸리더라도 그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밝혀내고 싶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향후 법정공방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김부선의 적극적인 행동은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킨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부선은 취재경쟁에 내몰려서 생계를 위협받고 수년간 마주했던 이웃들에게 피소의 위기에 직면해 했다는 점 역시 외면해서는 안될 현실이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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