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너무 죄송하다"..가슴 먹먹해진 성지현의 뒷모습

조회수 2014. 9. 23.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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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선수가 울고 있을 때면 참 가슴이 먹먹해진다. 왜 우는지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지켜볼 수밖에 딴 도리가 없다.

지난 22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 한국과 중국의 첫 경기가 끝난 후 믹스트존에 선 성지현(23, MG새마을금고)이 그랬다. 믹스트존은 방금 경기를 치른 선수가 언론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아직 경기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선수의 숨소리와 목소리, 땀 냄새, 미묘한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장소다.

성지현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경기가 끝난지 채 몇분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그러나 성지현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땀과 함께 흐르는 눈물로 말을 잇지 못했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성지현은 여러 차례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마지막에 잘 따라 붙었는데...아쉽다", "체력적인 것보다는 과감하게 하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팀 위해 이겨줬어야 했는데..." 시종 고개를 떨군 채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결국 기자들은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잘했는데 울지마라'는 위로의 말만 건넬 수밖에 없었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은 5경기 중 3경기를 먼저 이기는 팀이 승리한다. 5경기는 단식, 복식, 단식, 복식, 단식의 순으로 치러진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경기에 출전한 성지현이었다. 20년만에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으로서는 반드시 성지현의 승리가 필요했다.

세계랭킹 4위 성지현의 상대는 동갑내기 리 쉐루이였다. 세계랭킹 1위 선수. 성지현에게는 큰 산이었다. 지금까지 7번을 만난 상대였지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이날도 성지현은 패했다. 첫 세트를 따내는데 성공했지만 2, 3세트를 내리 내주고 말았다. 65분 동안 팽팽하게 진행된 경기였다. 하지만 결국 전문가들의 평가대로 당연한 결과였다. 그만큼 중국 여자팀은 강했다.

그렇지만 경기 순간순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의 호흡을 느꼈을 성지현은 달랐을 것이다. 첫 세트를 따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더구나 한 세트만 더 빼앗아 첫 경기를 잡는다면 팀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른 동료들도 자신을 보고 힘을 낼 수 있으리라. 금메달을 위해 그동안 흘렸던 땀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고지가 눈앞이었다. 장면장면이 떠오르면서 후회가 폭풍처럼 밀려왔을 것이다. '다음엔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를 새롭게 만들어줬을 수도 있다. 운동선수라면 감내해야 하는 운명이 성지현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더 측은해 보이면서도 대견해 보였다.

"잘했어요. 울지마세요." 감정을 다스리고 경기장에 돌아왔지만 이득춘 감독의 위로에 또 눈물이 터졌다. 이런 성지현을 지켜보던 몇몇 관중들이 큰 소리로 이렇게 위로했다. TV 화면으로는 접할 수 없는 이런 흐뭇한 감동 스토리가 연일 펼쳐지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현장이다.

OSEN 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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