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아시안게임 3가지가 없다.

권종오 기자 입력 2014. 9. 23. 09:30 수정 2014. 9.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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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아시아인의 축제 인천 아시안게임이 이제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이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해주며 우리 국민을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진행과 운영에 관해서는 불만의 소리가 높습니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비롯해 지금까지 치러진 어떠한 다른 국제대회도 완벽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정도가 있습니다. 지금 인천 아시안게임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는 그저 방관하거나 넓은 아량으로 양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판의 목소리는 선수단, 미디어, 관람객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45개국 선수단일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14,500명의 선수와 임원들은 대부분 '3가지'가 없다고 말합니다.

1. '봉사'가 없다

이번 대회는 특히 자원봉사자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자원봉사자에게 공급했다는 파문이 일자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습니다. "비빔밥 도시락이 식약청과 조직위 의무반도핑부의 사전 검식을 거친 안전한 도시락이었지만 공급업체측이 납품과정에서 제조일자를 잘못 표시했다"고 깊이 사과했습니다. 이른바 '도시락 파동'을 제외하더라도 자원봉사자에 대한 대우가 턱없이 낮다보니 외국팀 연락관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중도에 그만둬 대회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자원봉사자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자원봉사자 절대 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제대로 봉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봉사 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적다는 것입니다. 선수들의 요청 사항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일부 봉사자는 유명 스타와 사진 찍기에 바빠 근무 위치를 이탈한다고 합니다. 외국 선수단은 "자원봉사자에 대한 조직위원회의 준비와 교육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습니다.

2. '차'가 없다

선수단에게 자동차는 생명과 같습니다. 제때 이동을 하지 못하면 경기는 물론 훈련에 큰 차질을 빚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선수는 무려 3시간을 기다려서야 버스를 탔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차량 수요가 한참 몰리는 시점에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각국 선수단은 발발 동동 구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자동차 절대 수는 그리 적지 않지만 차량 배차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3. '고기'가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가장 크게 자랑했던 것이 선수촌 내 대형식당이었습니다. 동시에 3천5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식당은 24시간 뷔페식으로 운영되며 이슬람권 선수들을 위해 외국인 요리사를 초빙해 '할랄식'도 마련했습니다. 메뉴는 총 5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무척 다양합니다.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각종 육류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외국 선수들은 "고기가 없다"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고기는 '비프 스테이크'입니다. 저도 선수촌 식당에서 두 차례 식사했는데 그때도 '비프 스테이크'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예산 때문입니다. 선수단은 1인당 하루 50달러의 숙식비를 지불합니다. 숙박비를 제외하면 1인당 1끼에 10달러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비프 스테이크'를 제공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비프 스테이크'는 따로 사먹어야 할 정도로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찌됐든 강한 근력을 사용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다른 대회에서는 있었던 비프 스테이크가 여기에는 왜 없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인천 조직위원회가 선수단의 목소리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대회 성공을 위해서는 고칠 것은 하루빨리 전향적으로 개선하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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