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도플갱어' 하기노 급부상..박태환은 자존심 싸움

입력 2014. 9. 23. 06:03 수정 2014. 9. 2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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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5)이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도 경계령이 떨어졌다. 쑨양(23‧중국)과의 라이벌전에 신예 하기노 고스케(20‧일본)까지 가세했다. 전성기 박태환을 빼닮은 하기노의 기세가 무섭다.

박태환은 지난 21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5초85로 3위에 그쳐 아시안게임 3연패 달성이 좌절됐다. 22일 계영 800m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마지막 주자로 나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값진 메달이었다.

그러나 박태환과 쑨양의 라이벌전으로 뜨거웠던 이번 대회 충격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박태환도 쑨양도 아닌 일본의 떠오르는 신예 하기노였다. 하기노는 이번 대회 첫 3관왕에 올랐다. 아시아의 수영 판도를 바꾼 새 영웅으로 등장했다.

시작은 자유형 200m였다. 박태환과 쑨양은 하기노의 막판 스퍼트에 허를 찔렸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었다. 하기노는 150m 지점을 통과한 뒤 폭풍 역주로 극적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쑨양(1분45초28)보다 0초05 빠른 1분45초23으로 터치패드를 터치했다.

하기노의 메달 레이스는 거침이 없었다. 자유형 200m 결선을 치른 뒤 곧바로 배영 100m에 출전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다음날 개인혼영 200m,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 하기노는 대회 3관왕에 올라서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박태환은 23일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자존심 회복에 재도전한다. 양보할 수 없는 종목이다.

박태환의 최대 라이벌은 쑨양이다. 쑨양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힘과 지구력을 모두 갖춘 '장거리 강자' 쑨양은 만만찮은 상대다. 뒷심이 강하다.

그러나 이번 대회 기간 판도가 바뀌었다. 하기노가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면서 박태환과 쑨양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하기노는 키가 175cm밖에 되지 않는다. 수영 선수로는 작은 신장인 박태환(184cm)보다 9cm나 작다. 198cm의 쑨양과는 무려 23cm 차이다. 하기노가 자유형 200m 결선에서 보여준 막판 스퍼트는 과거 박태환의 전성기 모습을 빼닮았다. 작은 신장을 극복하기 위해 스피드를 앞세우면서도 폭발적인 뒷심을 선보였다. 체력적 변수도 극복했다. 수영 종목을 싹쓸이 하고 있다.

하기노는 이제 스무살. 에너지 넘치는 체력이 무기다. 200m 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서며 400m까지 위협을 하고 있다. 하기노는 최근 자유형 400m 기록도 3분44초56으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박태환이 세운 3분43초96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기노의 최대 강점은 잃을 것이 없는 '겁 없는 도전자'라는 점이다. 하기노는 자유형 200m 금메달의 파란을 일으키고도 "박태환과 쑨양 같은 두 거물과 함께 해 영광이다. 두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 내 기량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자세를 낮췄다. 이후 금메달 2개를 더 수확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기노는 "내 경기에 집중해 최고가 되겠다"며 달라진 자신감을 보였다.

하기노의 선전은 박태환으로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태환은 개최국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기대는 부담이 됐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 3위를 차지한 뒤 "죄송하다. 믿음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며 자책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도 국내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마음의 짐처럼 무거운 듯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잊고 "동메달도 의미가 있다. 남은 경기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박태환은 이미 한국 수영 역사를 바꾼 전설이다. 더 이상 메달 색깔은 큰 의미가 없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사실상 부담을 이겨내기 위한 투혼의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박태환이 부담을 털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 패기를 앞세운 쑨양과 하기노, 두 도전자의 받아들일 준비도 돼 있다. 그러나 박태환의 노련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예측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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