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고루 안 돌아가는 국가장학금

양진하 입력 2014. 9. 23. 04:47 수정 2014. 9. 2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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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지원 급증 작년 3800억, 한국장학재단 관리 부실 탓

중복수혜 미환수 금액 315억, 4982명 1년치 등록금에 해당

대학생 A씨는 지난해 한국장학재단에서 국가장학금 279만원을 받았다. 등록금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부모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주는 장학금 130만을 또 받았다. 등록금을 내고도 130만원이 남은 것이다. A씨는 초과 금액을 반환하라는 한국장학재단의 안내에 따라 결국 130만원을 재단에 반환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장학금을 중복 지원받아 등록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은 대학생이 지난해 30만명, 3,8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장학금 지급 체계의 허점으로 학생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장학금 혜택이 일부 학생들에게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2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국가장학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중지원을 통해 등록금보다 더 많은 장학금(학자금대출 포함)을 받은 학생은 2011년 4,466명(95억원)에서 2012년 5만9,645명(873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30만1,308명(3,826억원)으로 급증했다.

중복수혜를 받은 이들이 챙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은 등록금을 모두 충당하고도 평균 146만원(2012년), 126만원(2013년)이 남았다. 국가장학금으로 지원된 금액은 2012년 1조7,500억원, 2013년 2조6,000억원이었다.

정부는 한정된 장학금 재원이 일부 학생에게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이 주는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을 지원받은 학생이 대학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익법인 등으로부터 등록금보다 더 많은 장학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학생이 장학금 받을 기회를 잃지 않도록 등록금을 초과해 받은 금액은 환수조치를 하지만 올해 7월까지 미환수된 금액이 315억원에 달한다. 대학생 4,982명의 1년치 등록금에 해당된다.

확인되지 않는 중복지원은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장학재단이 2012년 11월 이중지원방지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장학금 지원정보를 공유해야 할 대학, 지자체, 공공기관, 인가된 민간재단 등이 모두 다 자료를 제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참여 대상 국공립 기관 중 장학재단에 자료를 제출하고 있는 곳은 328곳 가운데 절반 가량인 168곳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참여율이 58%(198곳 중 115곳), 공공기관의 참여율이 39%(122곳 중 47곳)다.

하지만 학자금 지원현황을 한국장학재단에 제출하도록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어 이들 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더라도 해당 기관에 아무 불이익이 없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각 기관의 학자금 지원은 근로자 복지에 해당돼 참여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사기업이나 개인 출연재단은 아예 참여대상도 아니어서 집계에서 애초에 배제된다.

안민석 의원은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국가장학금의 취지를 살리려면 사기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공기관, 인가를 받은 민간장학재단까지는 이중지원이 없도록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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