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여군 맹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따로 있다

김교석 입력 2014. 9. 22. 13:01 수정 2014. 9.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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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여군, 남녀불문 감정이입에 성공한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선녀의 옷을 취한 것일까. 땅 밑을 전전하던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여군 특집을 통해 하늘을 날았다. 악착같으면서 예쁜 김소연과 홍은희, 멍하면서도 예쁜 지나와 혜리,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쁜 박승희와 맹승지, 무게감과 진지함을 더해준 라미란과 함께한 부사관 후보생들에 시청자들은 몰입했다.

스핀오프지만 누구에게나 국방부 시계는 똑같이 돌아가듯 다른 건 없었다. 바뀐 건 오로지 여성 출연자뿐이었다. 단지 그 한가지만으로 군생활 예능을 다시 지켜봤다. 예전 추억을 떠올리고픈 예비역들은 요즘 군대는 무슨 체육대회가 그렇게 많은지 싶은 생각에 이질감이 느껴지고, 말로만 듣던 군 생활을 지켜보는 재미에 흥미를 느꼈던 시청자들은 연이어 터지는 군대내 사고 뉴스 때문에 리얼리티가 무너지던 때였다. 그런데 그녀들이 나타나 떠나간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혜리의 애교를 비롯한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이번 특집이 주목할 점은 따로 또 있다. 17%를 상회하는 시청률의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에 접어든 후, 여성 출연자들만으로 성공한 첫 번째 예능이란 점이다. 알다시피 예능계는 우리 사회 그 어떤 분야보다 유리천장 효과가 절대적 맹위를 떨치는 곳이다. 여성들로만 도전했던 <영웅호걸> 류의 예능들은 기획 자체도 거의 없었거니와 해도 실패했고, <청춘불패>도 못미더웠는지 메인MC는 남희석이었다. <무한걸스>만이 4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데 초반의 인기에 비해 최근 큰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라고 보긴 힘들다. 여성 예능에 대한 고민보다는 <무한도전> 여성버전으로 출발한 한계에다 캐릭터의 고착화, 외적인 망가짐 등이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흔히들, 여성 예능이 어려운 이유가 여자 연예인들이 아무래도 망가지는데 제한적이고, 캐릭터쇼로 꾸려가야 하는데 설정과 관계 맺기가 예민한 까닭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TV 시청자들이 주로 여성인 것도 큰 제약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세간의 고정관념을 이번 여군 특집은 극복했다. 희미하게나마 여성 예능도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른 여성 예능이 시도했던 방식과 접근으로 시작했다. 기존 남성 예능을 여성 판으로 바꾼 것이고, 여성 출연자들은 <무한걸스>의 출연진들만큼 망가졌다. '생얼'은 기본이고, 검은 망을 쓰고 CS복을 입는 동시에 외모 가꾸는 모든 행위는 봉쇄됐다. 예쁜 목소리는 복명복창하다 쉬어 있었고 진흙탕을 뒹굴며 유격체조를 했다. 봉격투도 하고 화생방을 하면서 눈물콧물 침 모든 걸 방출했다. 관리는 '수평 이동'이니 '두 줄 다리' 등의 유격훈련과 온갖 체력 훈련 앞에 토까지 하는 판에 언급될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 생얼 노출 등 망가짐을 늘 여성 예능에서 내세웠던 항목이다. 차이점은 이번 여군 특집의 망가짐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란 점이다. 아무도 웃기려고 일부러 망가지려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망가진 것이다. 맹승지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나온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웃음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하다 보니 그런 모습을 보여주게 됐고 시청자들은 보다 보니 그들의 '진정성'에 매료됐다. 비법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여자 연예인임을 내세우기보다 그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웃음이 엄청나게 터지는 것도 아니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재미'가 있는 이유는 가녀린 여성 출연자들의 고생담이 진짜로 느껴지면서 남녀 불문하고 감정이입을 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이 군대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건질 볼거리가 많았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진 볼거리와 그 과정에서 망가지는 장면들은 기존 남성판을 벤치마킹한다거나, 특정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선택하고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실제, 제작진이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던 김수로, 서경석 등 기존 멤버들이 깜짝 출연한 장면은 여군 특집을 통틀어 가장 재미없었다.

어느 특정 시청자층을 위한 성별 타겟 설정을 하지 않고 모호하게 열어둔 것도 좋았다. 혜리의 말대로 의식도 못한 진심이 이들에겐 있었고, 이것이 성별을 떠나 그녀들의 훈련 과정을 주목하게 했다. 그녀의 기습 애교에 여성 시청자들이 질색하지 않고 함께 귀여워한 것은 예쁜 연예인들이 망가지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해내려는 모습을 예쁘게 봤기 때문이다. 여자들임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여군 부사관 후보생 훈련 과정이란 하나의 과정에 집중하면서 남성 편과 상관없는 자신들만의 길을 갔다. 그럼으로써 남녀 시청자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었다.

물론, 여성 예능의 길을 <진짜사나이> 한편을 통해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여자 연예인들만으로도 흥행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간 여성 예능은 남성 예능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아류가 되거나, '여자들끼리 이야기' '센 언니' '여자들만의 무엇' 이런 식으로 여성성을 내세우면서 이상하게 촌스러워졌다. <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은 진정성으로 매너리즘을 극복했다. 지속가능성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지만, 여성 예능이 아예 안 된다는 한 가지 통념이 깨졌다. 이번 기획은 <진짜사나이>에게도 기회이지만 여성 예능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킬 기회다. 한 단계씩 올라간 셈이다. 이번 특집을 계기로 더 많은 여성 예능, 더 많은 여성 예능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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