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헌트, 자비로운 마무리의 비밀은?

이용수 2014. 9. 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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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 마크 헌트와 로이 넬슨의 UFN 52 메인 이벤트를 앞두고 방송된 FOX TV의 'UFC 투나잇'에서 다니엘 코미어와 케니 플로리안은 넬슨의 승리를 예견했다. 다니엘 코미어의 멘트는 아래와 같았다.

"로이 넬슨이 이길 것 같습니다. 그가 좀더 다양한 능력치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크 헌트와 스탠딩에서 싸울 수 있을 거예요, 주니어 도스 산토스도 그를 KO시키지 못했습니다, 마크 헌트는 그리고 빅풋 (안토니오 실바)을 KO 시킬 수 없었지만 요즘 보면 모두들 빅풋을 KO시키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로이 넬슨이 스탠딩에서 마크 헌트의 펀치를 견뎌낼 수 있을 것같고, 그래플링면에서의 우위를 활용해 승리를 거둘 것 같습니다"

케니 플로리안 역시 넬슨에게 이길 방법이 더 많다며 넬슨을 승자로 예상했다. 그러나 두 전,현직 파이터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슈퍼 사모안은 넬슨의 그래플링 시도를 큰 문제없이 방어해 냈고 타격 위주로 경기를 끌고나가면서 2라운드 3분경 오른손 어퍼컷 결정타로 넬슨을 잠재웠다. 종합격투기에서는 보통 상대가 쓰러지면 즉각 상위포지션을 차지하고 파운딩을 몰아쳐 확실하게 숨통을 끊는 플레이가 이어지지만 헌트는 그 자리에서 승리세레모니를 펼쳤다.

헌트의 승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타격전에서의 수비능력, 두번째는 능숙해진 테이크다운-그라운드 방어,세번째는 타격 옵션과 화력이다.

1. 헌트의 타격 방어술

로이 넬슨의 라이트 오버핸드는 결정병기다. 앞발을 깊이 내딛으며 뻗기 때문에 사정거리도 길고, 헤비급 치고는 핸드 스피드도 놀라운 수준인데다가 제대로 걸리면 누구든 일격에 떨어뜨릴 수 있는 위력까지 있다. 이 라이트 오버핸드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왼손 커버링이 중요하다. 그런데 헌트는 언제나처럼 왼손커버링을 풀고 왼팔을 늘어뜨린 채 넬슨을 상대했다. 즉 헌트는 자세를 통해 넬슨에게 칠테면 쳐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헌트는 상체움직임과 스텝의 조화를 통한 방어에 강한 자신감을 가진 선수다. 상대의 펀치가 입사되는 각도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에 따라 스텝을 밟으며 몸을 좌우로 기울이고 아래로 숙이고 뒤로 젓히는 동작을 연이어 활용해 상대의 펀치를 흘려낸 후 강력한 카운터로 되갚아주는 시퀀스가 바로 헌트의 장기다. 이 경기에서도 헌트의 그런 능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휘했다.

1라운드 2분 23초 지점에서 넬슨은 헌트를 몰아 붙이며 레프트 더블잽에 이은 라이트 오버핸드의 연속기를 구사했다. 헌트는 첫번째 잽을 오른쪽 스텝(넬슨의 시점에서는 왼쪽)을 밟으며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 흘렸고 두번째 잽을 더킹으로 숙이며 피했다. 그리고 세번째 라이트는 왼쪽으로 움직이는 스텝과 왼쪽 뒤로 몸을 젓히는 동작으로 흘려버렸다. 그 과정에서 넬슨의 3연타는 모두 허공을 갈랐다. 스텝과 상체움직임이 절묘하게 이어지는 이런 방어기술은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헌트가 넬슨의 레프트를 오른쪽(넬슨의 왼쪽)스텝으로 흘려내고 있다. 기서 넬슨은 다음 스텝을 헌트가 움직이는 쪽으로 내며 따라가게 된다.

넬슨이 다시 레프트를 내자 헌트는 숙여 피하면서 움직이는 방향을 왼쪽(넬슨의 오른쪽)으로 바꾼다.

이 시점에서 헌트의 몸은 왼쪽으로 (넬슨의 오른쪽), 넬슨의 몸은 오른쪽 (넬슨의 왼쪽)으로 서로 이동 방향이 엇갈리게 된다.

넬슨이 레프트 더블에 이어 라이트를 준비하지만 두 선수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투우를 상대하는 마타도어같은 포즈의 마크 헌트, 오른쪽으로 움직여 끌어들이고 왼쪽으로 피해나가는 멋진 복싱 기술이었다

.

컴비네이션은 타격에만 국한 되는 얘기가 아니다. 위의 연속장면을 잘 보면 이것은 바로 방어의 컴비네이션임을 알 수 있다. 오른쪽으로 가는 스텝과 오른쪽 기울이기, 그리고 숙이면서(바빙하며) 스텝을 왼쪽으로 놓고 왼쪽 뒤로 젓히며 넬슨의 오른손 강타를 안전하게 흘려내는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러한 좌우스텝과 상체움직임의 연계 방어동작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의 몸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공격자의 조준선과 체중이 흐르는 방향은 자연스럽게 오른쪽을 향하게 된다, 거기서 더킹과 함께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주면 이미 오른쪽을 조준하고있는 상대방은 역모션에 걸리는 셈으로 따라오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리드미컬한 상하좌우 방어동작을 자유자재로 조립할 수 있다면 상대의 펀치를 빗나가게 만들 확률이 높아진다.

상대의 펀칭 리듬을 읽고 그것에 대응하는 스텝과 상체동작의 조화로운 컴비네이션의 구사, 이것이야말로 복싱 방어의 정수라고 할 수 있으며 종합격투기 선수들도 마스터 해 두어야 할 부분이다. 헌트는 경기 내내 이런 부분의 방어기술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넬슨의 기를 죽였다.

마리우스 푸지아놉스키라는 선수가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 중 한명일 것인데, 스트롱맨 대회에서 다년간 세계를 석권해온 그는 2009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했다. 힘이 굉장히 세면 넘어뜨리기 힘들것 같고 관절기나 조르기를 걸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없다면 힘은 그냥 장식일 뿐이다. 푸지아놉스키 역시 테이크다운 방어와 그라운드 능력이 부족해 제임스 톰슨이라든지 션 맥코클 같은 선수들에게 조르기와 관절기로 패한 바 있다. (제임스 톰슨은 푸지아놉스키와 싸울 당시 전적인 15승 14패였다.)

마크 헌트 역시 한때 푸지아놉스키와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 체중이 140KG을 넘어갈 정도의 거구에 힘이 무섭도록 강한데다가 타격실력이 워낙 출중한 그였지만 종합무대에서는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 테이크다운과 그라운드 플레이에 대한 학습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 부터 2010년까지 6연패를 당할정도의 부진을 겪었다. 6연패중 한번은 KO 였고 나머지는 모조리 그라운드에서 관절기에 당했다.2010년에 그는 이미 우리나이로 37세였는데, 보통은 거기서 포기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헌트는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패전을 거듭하던 시기에도 본인이 세계 최고의 파이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세계적인 명문으로 손꼽히는 아메리칸 탑팀에서 그는 그라운드의 약점을 대폭 교정하게 된다.

이후 그는 테이크다운을 당하는 비율이 줄어들었고 또 넘어져서 아래에 깔린상황에서 상대를 털고 일어나는 능력이 추가되면서 헌트의 특기인 타격은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헌트를 넘어뜨리기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헌트의 센스, 즉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테이크다운 시도가 들어왔을 경우 거기에 걸맞는 방어동작을 매우 기민하게 취한다는 부분을 꼽을 수 있다. 즉 테이크다운 방어법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인스톨 되자 헌트라는 우수한 하드웨어가 매우 효과적으로 상대의 의도를 차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템포 빨리 방어동작을 취하며 힘까지 좋고 중량이 높은데다가 중심은 또 낮으니 넘기기가 쉽지않다.

로이 넬슨은 주짓수 블랙벨트이고, 잘 보여주지는 않지만 상당히 우수한 그라운드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다. 크로캅은 넬슨에게 테이크다운을 당하고 백을 내준 후 파운딩 아래에서 치욕적인 TKO패를 당했다. 그는 헌트를 상대로 8분동안 6차례의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는데 헌트는 그 중 5회을 아무런 문제 없이 방어해냈다. 싱글렉 테이크다운 시도를 몸을 돌리며 털어내는 기법과 정면으로 들어오는 클린치 시도를 언더훅(상대의 겨드랑이 아래에 팔을 넣는 자세)을 끼면서 한쪽으로 틀어 제끼는 방어법등을 능숙하게 구사한 것.

2라운드 초반, 헌트는 타격전의 와중에서 넬슨에게 절호의 카운터 테이크다운 찬스를 내주었다. 넬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싱글렉 테이크다운을 구사해 헌트를 넘어뜨렸다. 넘어진 헌트는 빨리 일어나기 위해 엎드린 자세를 취했는데, 여기서 넬슨이 헌트의 등뒤에 올라타게 된다.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면서 백 포지션을 내주게 된 상황으로 주짓수 블랙벨트인 넬슨을 상대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동된 셈이다.

그렇지만 헌트는 넬슨을 등뒤에 놓고 재빨리 엉덩이를 치켜들어 중력을 이용한 방어시스템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헌트는 자신의 몸통을 감싸고 있는 넬슨의 다리를 풀어내기 위해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잠시 뒤로 빼는 동작을 취했다. 이 동작에 의해 넬슨의 오른쪽 훅이 풀렸고 이 직후 넬슨의 백 포지션은 매우 불안정해 졌으며 잠시 후 황금같은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아래의 연속장면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다.

100점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상대가 던진 회심의 한수를 그럭저럭 잘 방어 해 낸 셈이다.

헌트에게 있어서 넬슨은 까다로운 상대였다. 주로 자신보다 신장이 훨씬 높고 느린 선수를 상대해온 헌트의 입장에서 신장차가 적고 자신만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넬슨은 요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1라운드 내용을 보면 그런 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헌트의 라이트 시도가 채 스윙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넬슨은 이미 사정거리 밖으도 도망가 있는 장면이 몇차례 나왔고 헌트의 컴비네이션 카운터 중 레프트 훅의 타점이 넬슨의 머리에 비해 훨씬 높은 궤적으로 구사되었다.

2라운드, 헌트의 코너에서는 레프트 훅의 궤적을 아래로 5인치 정도 수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헌트는 2라운드 중반 라이트에 이은 레프트 카운터 컴비네이션의 구사때 코너의 지시대로 수정된 궤적의 레프트 훅으로 클린히트를 만들어 냈다.

헌트는 2라운드에서 라이트의 타이밍과 궤적도 수정했다. 1라운드에는 넬슨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고 각도가 크게 휘어치는 라이트를 주로 사용했지만 미스가 많았고 뻗어치는 궤적의 라이트가 잘 통했다. 2라운에서 헌트는 한템포 빠르고 가볍게 뻗어나가는 궤적의 라이트로 클린히트를 만들어냈다.

레프트훅과 라이트 오버핸드의 경우 헌트는 1라운드를 영점사격으로 활용한 셈이다. 2라운드에 영점이 제대로 잡히게 되자 두 공격옵션의 적중률이 상승했다.

그렇지만 경기의 시작 부분부터 헌트는 라이트 어퍼컷을 주공으로 잡고 있었다. 넬슨은 몰리면 뒤로 움직이다 숙이는 버릇이 있고 주니어 도스 산토스도 이 점을 활용해 라이트 어퍼로 재미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결정타가 터지는 장면을 복기해 보면, 넬슨은 헌트의 라이트와 레프트를 하나씩 먹은 후 다소 기세가 꺽인 상태였고 헌트는 레프트를 툭툭 던지며 넬슨을 케이지구석으로 몰아 넣었다. 헌트가 이런식으로 레프트를 툭툭 던지며 몰고간 이유는 넬슨의 펀치를 끌어내면서 본인의 특기인 맞받아치기(상대의 펀치가 나오는 타이밍에 동시에 카운터를 거는 테크닉으로 맷집이 강한 파이터들의 전유물) 걸기를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케이지를 등진 넬슨은 헌트의 의도대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어중간한 레프트 훅을 내게된다.

그 순간 헌트의 결정기 라이트 어퍼가 불을 뿜었고 그것을 정통으로먹은 넬슨은 궤멸적인 충격을 입으며 전방으로 쓰러졌다. 연속장면 사진을 보면 넬슨의 레프트가 헌트의 안면에 먼저 닿지만 전혀 위력이 없이 그냥 얹히기만 했고 헌트의 라이트 어퍼는 매우 정교하고 위력적으로 구사된 것을 알 수 있다.

헌트의 이 어퍼컷 장면에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한가지는 바로 백스윙이다. 헌트는 백스윙을 절제하고 어퍼컷을 컴팩트 하게 내고 있다. 백스윙이 크면 그만큼 위력이 상승한다,

그러나 적중률은 당연히 하락한다. 여기서 헌트는 넬슨의 방어능력을 존중해 백스윙이 적은 어퍼컷이라는 정교한 옵션을 선택했다.

상대의 레프트에 대한 맞받아치기 카운터는 레프트잽이 가장 기본적이며 적중률이 높고 위력은 가장 떨어진다. 레프트 훅의 카운터는 적중률과 위력의 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라이트 오버핸드로 덮어 쒸우듯 던지는 카운터는 위력면에서 결정력이 매우 우수하다, 그리고 라이트 어퍼의 맞받아치기가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퍼를 치기위해서는 오른손이아래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으로 방어면에서 위험성이 높으며 사정거리도 가장 짧기 때문이다.

상대의 레프트에 대한 예상이 어느정도 확실하지 않다면 라이트 어퍼의 카운터는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고 그것을 예상 했다 하더라도 어퍼컷 테크닉의 완성도와 반사능력이 부실하면 맟추기 굉장히 힘들다. 헌트의 라이트 어퍼는 매우 정확한 타이밍에 대단히 컴팩트하게 구사되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클린히트 되며 무쇠턱 넬슨을 거꾸러뜨렸다.

넬슨이 앞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헌트는 상대가 충분한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한 듯 승리 세레모니를 펼쳤다. 달인의 자비라 할만한 명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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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작성 : 이용수사진출처 : UFC 공식홈페이지, 중계영상캡처 http://www.monsterzym.com스포츠 전문 채널 몬스터짐 기술게시판스포츠 전문 채널 몬스터짐 격투기포럼[몬스터짐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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