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이유리조차 호감으로 만든 '런닝맨'의 묘미

이만수 2014. 9. 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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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과 이유리의 만남, 왜 흥미로웠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예능 <런닝맨>과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연민정(이유리)의 만남. 기획만으로도 이 아이템은 시선을 잡아끈다. 지금껏 <런닝맨>은 많은 콘텐츠들을 패러디나 상황극 형식으로 차용해왔다. 007 시리즈를 가져와 유임스 본드를 만들었고, 셜록의 추리극을 접목시키기도 했으며, 심지어 슈퍼히어로물을 예능식으로 패러디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아이템들은 젊은 세대들은 열광할지 몰라도 나이든 세대들에게는 낯선 것이 사실이다. <런닝맨>이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그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을 시도하지 못했던 건 바로 그 시도의 생소함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런닝맨>의 소재가 된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악녀들은 확실히 나이든 세대에게도 친숙한 느낌을 준다.

이유리, 최여진, 유인영, 서우, 김민서. 드라마 속에서 최고의 극성을 만들어내는 악녀 연기로 이름 높은 그녀들이 <런닝맨>에서 하는 게임들은 그래서 그 '악녀 본색'을 드러내는 것들일 수밖에 없다. '재벌남 찾기 레이스'라는 게임의 전체 틀도 막장 드라마에서 따온 것이다. '사랑? 그런 건 개나 줘버려' 라고 말할 것만 같은 그녀들에게 돈으로 표징되는 '재벌남'은 드라마 속에서 궁극의 목표가 된다.

악녀 본색으로 벌벌 떠는 남자 파트너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나 황톳물을 뒤집어쓰면서도 악착 같이 게임을 이기려는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나 모두 예능적 코드 안에서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배우들의 진짜 면면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왔다 장보리>에서 이른바 '국민 악녀'로 자리매김한 이유리는 <런닝맨>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에 뛰어드는 모습으로 새롭게 각인된다. 굽 높은 신발만 고수하려는 그녀의 모습이나 게임에 이기기 위해 이광수를 밟고 오르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역시 '프로'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른바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 속에서 그토록 철면피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프로 근성의 하나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런닝맨>이 고안해낸 게임들 속에서 이들 악녀들이 진창에 빠지고 넘어지고 물을 뒤집어쓰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 장면만으로도 드라마 속에서 그토록 얄미웠던 악녀들이 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게임이 드라마 속 캐릭터와 상황을 끌어오면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재벌남 찾기 레이스'가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거기서 <런닝맨>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 같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콘텐츠도 <런닝맨>이 끌어와 다루게 되면 새로운 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왔다 장보리>의 악녀 이유리를 호감으로 만들어낸 것은 <런닝맨>의 놀라운 힘이 아닐 수 없다.

<런닝맨>은 그간 너무 세대적인 안배를 하면서 게임이 소소해졌고, 소소해진 게임만큼 주목도도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률 때문에 세대적인 안배를 했다면, 작금의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시청률 상황에서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과거 거침없이 새로움을 시도하던 <런닝맨>이라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악녀들의 '재벌남 찾기 레이스'는 반전의 단초가 될 만큼 흥미로운 기획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번 아이템처럼 앞으로도 좀 더 과감해진 <런닝맨>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일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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