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안부럽다.. 대박난 독일의 '모방 벤처'

박순찬 기자 2014. 9. 2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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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인터넷, 성공 벤처 베껴 신흥국 장악.. 비결은 스피드] 유럽판 그루폰·이베이 만들어 시장 장악 후 본사에 매각.. 7년새 102개국·70개社 설립 연말 상장.. 회사 가치 6조원 업계 "발굴·론칭까지 100일.. 이제껏 없던 새로운 사업모델"

세계 최대 '카피캣(copycat·모방자)'으로 불리는 독일의 인터넷 벤처기업 로켓인터넷이 세계 IT 시장을 급속도로 장악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선진국 벤처의 아이디어를 재빨리 베껴다가 인도·브라질과 같은 신흥국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

2007년 창업해 현재 102개국에 벤처기업을 70개 이상 세웠고, 직원만 2만명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上場)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이 회사의 가치를 최대 50억유로(6조7000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는 다음 달 출범하는 다음카카오보다 이 회사를 더 주목하고 있다. 최근 내부적으로 로켓인터넷이 어떻게 인재를 운용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고, 네이버 고위 관계자도 "상당히 재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으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전 세계 IT 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로켓인터넷 올리버 잠버(42·Samwer·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IPO(기업공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알리바바는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우린 이미 100여개국에서 전문가가 됐고,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창고 운영·배달 서비스 같은 인프라 네트워크도 직접 운영하고 있죠."

◇성공한 '카피캣', 로켓인터넷

로켓인터넷의 별명은 '클론(clone·복제품) 팩토리' '카피캣'이다. 통상 벤처기업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그들의 '검증된 사업 모델'을 재빨리 신흥국에 출시한다. 신흥 시장을 재빨리 장악해, 원래 회사가 시장 진출을 포기하거나 로켓의 서비스를 인수하도록 만든다.

이미 독일에 온라인 경매 사이트 알란도를 만들어 이베이에 팔았고, '유럽판 그루폰'으로 불렸던 소셜커머스 시티딜을 그루폰에 매각하는 등 전력(前歷)을 다수 갖고 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밝힌 목표는 '미국·중국을 제외한 세계 최대 인터넷 플랫폼'이다.

2007년 독일의 마크·올리버·알렉산더 잠버 3형제가 만든 로켓인터넷은 회사를 만드는 회사인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를 표방한다. 핵심 전략은 '속전속결(速戰速決)'. 사내 전문가 그룹이 '어디서든 통하고' '재빨리 복제 가능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낸다. 이후엔 MBA(경영전문대학원)·투자은행·컨설팅회사 등에서 적합한 경영진을 물색해 회사를 설립하고, 여러 국가에 동시에 론칭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한다.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라틴아메리카·중동 등 지역그룹 4곳이 '현지화'를 위한 철저한 분석 정보를 제공한다. 시장에 뛰어들 땐 자금 투자, 결제 서비스, 통신 서비스 등 전략 파트너들과 함께 연합군을 꾸려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회사 측은 "1년에 회사를 평균 10개가량 세우고, 아이디어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100일이면 충분하다"며 "전 세계 모바일 이용자의 74%, 54억 인구가 우리의 타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각각 브라질, 러시아, 인도 시장을 장악한 최대 온라인 패션 쇼핑몰 '다피티' '라모다' '자봉' 등이 로켓인터넷의 작품이다.

업계에선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와 함께 신흥 시장을 장악한 올리버 잠버를 시장의 '빅3'로 꼽기도 한다.

◇새로운 '인터넷 강자'의 등장

로켓인터넷은 이미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화장품 샘플 정기 구독 서비스인 '글로시박스' 등 다양한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선 성공할 만한 아이템을 모방 혹은 새롭게 발굴해, 현지화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형태의 기업이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국내에서도 '패스트 트랙 아시아'와 같은 단체가 회사를 만들고 성장을 돕는 '컴퍼니 빌더'를 표방하고 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선진국의 모델로 신흥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보기보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국내 벤처업계에 위협이라고 보기보다는 경쟁사를 자극하고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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