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개혁 '334조 절감' vs '젊은 공무원에 고통 집중'

최훈길 2014. 9. 2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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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수급자도 삭감 2080년까지 333조8000억 절감
공무원노조 "젊은 공무원일수록 불이익..형평성 잃어"
보전 지속시 국민적 저항..야권도 개혁 불가피 공감

[이데일리 최훈길 고재우 기자] "더 내고 덜 받는 건 각오했지만 이 정도 수준일 줄을 몰랐다. 이런 연금개혁안은 본 적이 없다." 21일 한국연금학회가 공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공무원 사회 안팎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고강도 방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 현 수급자 연금도 삭감…2080년까지 333조8000억 절감

연금 개혁의 핵심 쟁점인 '재정 절감' 목표가 이번 개혁안에는 과거보다 상당히 많이 반영됐다. 재직자가 받게 될 연금을 깎는 수위도 높지만 현재 연금을 수령 중인 퇴직자 연금까지 깎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무원노조에서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며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금학회가 공개한 이번 개혁안은 발등의 불인 재정적자를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이 자체적으로 재원 확보가 불가능해 향후 정부 보전금을 지급받아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484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이 처리되면 2025년까지 매년 40% 이상 보전금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연금학회는 2080년까지 누적 절감효과가 333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현행 연금 제도를 유지할 때 지출해야 하는 정부 보전금 대비 26%가 절감된 금액이다.

연금학회장인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공무원연금 제도가 당면한 재정 위기 해소방안을 시급히 마련하지 못하면 재정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국민의 재정부담을 줄이도록 수급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젊은 공무원에 희생 요구" 공직사회 강력 반발

현재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번 개혁안이 젊은 공무원들에게 개혁의 고통이 집중돼 있다며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개혁안에 따르면 새 제도가 도입되는 2016년 이전에 채용된 공무원의 납입액은 현재의 14%(본인부담 7%)에서 2026년 20%(본인부담10%)로 단계적으로 6%포인트 인상된다. 이러한 부담금은 현재보다 43% 많고 국민연금과 비교해도 2배가 많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려면 내는 것과 받는 것을 똑같게 해야 한다. 보수체계, 각종 기본권, 퇴직급여 부분에서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며 "더 많이 내고 적게 받게 하는 현재 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개혁안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재정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연금 정도로 낮추는 것은 과도하다"며 "공무원이 될 유인 요소를 고려해 소득대체율 보전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다.

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심각한 상황인데 공무원연금의 재정 보전을 계속 해줄 경우 국민 저항이 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작년에 2000억~3000억원 증세에도 혼란이 있었는데, 3조~4조 원씩 재정 보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연금학회 안은 공무원 주장과 국민 주장을 절충하는 안"이라고 말했다.

◇ 정치권, 공무원 연금 개혁 불가피 '공감'

공무원 연금 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줄이자는 연금 개혁의 방향과 명분에 대해선 여야 이견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연금제도 고갈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고 공감하면서 "접근 방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는 '재정 절감' 효과를 높이면서도 내부 반발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지난 18일 회의를 통해 개혁안에 퇴직 후 재취업 지원 등 공무원들의 사기진작 방안도 포함하는 안을 검토했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재정보전을 줄이려는 방향으로 간다"면서 "민관의 형평성, 재정 안정, 공무원 노후소득 보장의 세 가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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