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金걸림돌' 낯선 투수, 너무 알아도 독이다

정철우 2014. 9. 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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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LG 평가전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한국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을 향해 본격적인 항해에 나선다. 22일 태국전을 시작으로 전승 우승을 향한 길에 나선다.

예선의 가장 큰 적은 단연 대만이다. 전력상 우리가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다. 공이 둥근 스포츠의 결과는 수학처럼 딱 부러지게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이 중심이 된 팀이다. 우리 선수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투수들이 주축이 돼 있음을 뜻한다. 현재로서는 후즈웨이(미네소타 싱글A)와 쟝샤오칭(클리블랜드 루키리그)이 원.투 펀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이들의 영상을 구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에서 낯선 투수를 상대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를 완벽하게 분석했다 하더라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평정심이기 때문이다. 이전 국제대회의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이다.

한국 야구가 낯선 투수에 가장 혹독하게 당한 사례는 아마도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전일 것이다. 당시 대표팀은 네덜란드 선발 디호마르 마르크벌에게 4이닝 무실점으로 끌려가며 기선을 뺏겼다. 당연한 1승 팀에게 밀리고 나니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결국 0-5 완패.

주목할 것은 당시 대표팀은 마르크벌 공략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르크벌이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무명 선수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투구 버릇을 캐치해냈기 때문이다. 영상 분석을 통해 직구와 변화구의 폼 차이를 발견했고, 이에 대한 정보를 모두가 공유했다.

하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마르크벌의 투구는 영상에서 분석한 그대로였다. 경기 초반, 우리 선수들의 방망이가 자신있게 돌아간 이유다. 하지만 마르크벌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잘 맞은 타구 몇 개가 야수 정면으로 갔던 탓이다. 하나만 빠졌더라도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초반 찬스가 몇 차례 무산되자 대표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르크벌의 습관을 가장 먼저 알아냈던 이진영(LG)은 "그날 경기를 다시 보면 알 수 있다. 정말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며 흐름이 끊겼다. 이닝이 거듭될 수록 선수들 사이에선 '이게 아닌데...'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또 버릇을 캐치한다해도 모두가 응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몇몇은 잘못 짚어 손해를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 것이 독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훈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상대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평상심'이다.

실력대 실력으로 붙으면 질 수 없는 상대다. 다만 우리가 우리 야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대표팀 선수들이 "하던대로만 하자"는 각오를 다지는 이유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했다. 남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나를 먼저 잃지 않아야 한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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