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 어둠 속에서 훈련한 태국, 이게 평등인가요

2014. 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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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목동, 이대호 기자] 김영수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장은 19일 개회식 대회사에서 "이곳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든 차별과 편견, 억압과 갈등을 없애는 대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개막식 행사 역시 '차별을 없애고 하나가 되는' 쪽으로 주제가 맞춰졌다.

그로부터 24시간도 채 지나가지 않은 20일 목동구장. 이날은 야구대표팀들의 첫 공식훈련이 있는 날이었다. 목동구장에서는 오후 2시 한국 대표팀을 시작으로 오후 4시 대만, 오후 5시 30분 태국 순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원래 태국 선수단의 훈련 시작시간은 오전 11시였는데 태국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이 선수들과 회의시간을 먼저 갖게 되면서 맨 마지막으로 시간이 늦춰졌다. 태국 선수단은 처음에는 펑고 위주로 훈련을 실시했다.

시간이 흘러가며 목동구장은 계속해서 어두워져갔지만, 조명탑은 불이 들어올 줄 몰랐다. 가을이 깊어가며 매일 해는 짧아지고 있는데, 그라운드가 꽤나 어두워졌음에도 조명탑은 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태국 선수들은 계속해서 훈련을 했다.

태국 측은 대회 운영위에 '조명을 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는 이 없었다. 그들의 답변은 "서울시 공무원이 목동구장을 관리하는데, 주말이라 일찍 퇴근했다. 지금 조명탑을 켤 사람이 없으니 그냥 훈련을 하라"는 것이었다. 태국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은 "그럼 해가 질 때까지만 훈련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세를 낮췄다. 어디까지나 손님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9월 20일 서울의 일몰시간은 오후 6시 33분. 일몰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해서 조명은 들어오지 않았고, 해가 져 어두운 가운데 태국 선수들은 시력을 집중해 배팅훈련을 소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쿠나가 감독과 선수단이 포기하고 계속해서 훈련을 진행하던 순간, 갑자기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다.

조명탑이 켜진 건 오후 6시 40분. 태국 팀의 훈련종료를 20분 남겨 둔 때였다. 처음 태국 더그아웃을 찾아 온 남자는 "조명 테스트 차원에서 불을 켠 것이다. 20분 뒤면 저절로 꺼질 것이니 그때까지 훈련을 마쳐달라"고 통보했다. 나중에 운영위 측에서는 "조명을 켠 것은 우리가 배려를 한 부분이다. 원래 훈련 종료시간은 7시인데, (조명 때문에 늦어져서) 7시 10분까지 훈련시간을 배정했다. 태국 감독도 우리를 찾아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해명 했다.

계속해서 말은 바뀌었다. 운영위측은 앞서 "조명탑을 관리하는 인원이 모두 퇴근해서 켜줄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뒤에는 "사실은 인원이 상주하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태국 측은 해질녘인 오후 5시 30분부터 해가 진 뒤인 6시 40분까지 어둠 속에서 훈련을 했다. 그리고 조명이 켜진 뒤 헐레벌떡 30분 동안 훈련을 소화한 뒤 선수촌으로 돌아가기 위해 구장을 떠났다.

평등의 기본 조건은 동등한 기회보장이다. 한국과 대만 대표팀은 태국 대표팀에 앞서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비록 태국 쪽 사정으로 훈련 시간이 늦춰졌지만, 그래도 똑같이 훈련을 소화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다른 이유 때문에 차질이 생기다면 어떻게 해서든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 오후 5시 30분부터 훈련이 시작되면 미리 조명을 켜서 훈련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했지만 주최측은 이 부분에 소홀했다.

게다가 태국은 익숙하지 않은 밤 경기를 앞두고 있다. 태국 도쿠나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한 번도 밤 경기를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조명을 켜고 훈련하는 게 정말 필요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태국 대표팀은 22일과 23일 이틀 모두 밤 경기인 오후 6시 30분 경기를 치르게 된다.

만약 한국 대표팀이 같은 시간에 훈련을 했어도 해가 진 이후에야 뒤늦게 조명을 켰을까. 혹은 야구 강대국인 일본, 대만이었어도 그랬을까. 태국 도쿠나가 감독은 "우리가 훈련시간을 15분 정도 손해 보기는 했지만, 조명을 켜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며 태국 식으로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는 인사를 했다.

태국 도쿠나가 감독 말대로 태국 선수들이 손해 본 시간은 15분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주최측의 안이한 대응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대회 슬로건 가운데 하나인 '하나 된 아시아'와 '평등'이 공허하게만 들렸던 목동구장이었다.

cleanupp@osen.co.kr

<사진> 위 : 일몰시간(오후 6시 33분)이 지난 목동구장. 어둠 속에서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아래 : 뒤늦게 켜진 조명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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