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 감동 없는 '삼류' 개막식..'한류' 스타만 남았다

입력 2014. 9. 20. 06:03 수정 2014. 9. 20.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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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연출을 맡은 두 영화감독의 합작품이기 때문일까. 연말 영화제나 방송연예대상으로 착각을 한 듯했다. 45억 아시아인들이 지켜보는 아시아 45개국이 참가한 스포츠 축제가 한류 스타들의 합동 공연으로 얼룩졌다. 낯이 뜨겁다.

스포츠 영웅은 없고 한류 스타만 있었다. 감동은 없고 예능만 있었다. 상식은 없고 차별화만 있었다. 지난 19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개막식 풍경이다.

역대 최악의 개막식으로 남을 만하다.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 기억에 남는 것은 1988 서울올림픽 굴렁쇠 소년을 패러디한 굴렁쇠 소녀와 한류 스타들뿐이었다.

이번 대회 개막식은 관심과 기대가 컸다.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과 감각적인 장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퍼포먼스를 예상케 했다. 뜨거운 감동도 기대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개막식 시작 전부터 삐걱됐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대회에서는 성화 최종점화자가 하이라이트다. 베일에 가려진 채 깜짝 등장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개막식의 꽃이다. 비밀보완 유지가 필수인 마지막 주인공이 사전에 유출됐다.

조직위원회의 치명적 착오였다. 어이없는 행정적 실수로 정보가 미리 샜다. 개막식 전날(18일) 오전 취재진에 해설자료로 배포한 내용에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중국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등 나눔과 봉사를 통해 아시아의 화합에 기여한 인물"로 소개했다. 배우 이영애라는 사실은 이 분야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다 알 수 있는 너무도 친절한 설명이었다. 덕분에 성화 점화를 맡은 당사자도 민망했고, 이를 지켜보는 아시아인들도 감흥이 없었다.

이런 큰 행사에 황당한 실수도 용납이 안 되지만, 넘어가 보자.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은 꽤 많다. 왜 영화배우를 최종점화자로 선택했을까. 스포츠와 아무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조직위 소개대로 단지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일 뿐이었다.

역대 16회 아시안게임에서 사람이 직접 나선 경우 비스포츠인이 성화 최종점화자로 선정된 사례는 없었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전무했다. 동계올림픽에서 단 세 차례 있었을 뿐이다. 이 가운데서도 연예인은 없었다. 이례적이라고 차치하더라도 홍보효과와 흥행성에만 비중을 둔 선택이었다는 불편한 시각을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성화 최종점화자뿐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류 스타들의 잔치였다.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무대를 시작으로 배우 장동건, 김수현, 현빈이 직접 출연했고,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JYJ와 월드스타 싸이로 막을 내렸다. 개막식의 피날레는 싸이의 '말춤'이었다.

스포츠 스타들도 있었다. 박세리(골프)와 이봉주(마라토너), 임춘애(육상)가 태극기 기수단으로 등장했고, 이승엽(야구)‧박인비(골프)‧이규혁(스피드 스케이팅)‧박찬숙(농구)‧이형택(테니스)이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한류 스타들의 틈에 끼어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또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열창한 고은 시인의 헌시로 작곡한 '아시아드의 노래'와 '아리랑'도 K-팝에 묻혔다.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은 임권택 감독은 개막식을 마친 이후 "지난 국제대회를 보면 자국의 위상을 엄청난 예산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쪽으로 해왔고 너무 경쟁적으로 임했다. 개‧폐회식을 통해 자국을 자랑하는 세태로부터 평화롭고 정이 흐르는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차별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막식 출연진들의 평가에 대해 "이 평가의 경우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아 말하기가 어렵다. 언론이 평가해서 알려주었으면 한다. 참고로 출연진들은 연습 때보다 훨씬 나은 무대를 꾸몄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나눔과 배려, 소통과 화합'을 강조했다.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영웅들을 위한 배려와 화합은 어디에 있었을까. 대회 폐막식은 10월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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